들 때가 많다.
60,70년대에 고대사 쪽으로만 몰렸다.
그 뒤부터 각광을 받기 시작한 조선사연구는 이제 극에 달한 느낌이다.
이상스럽게도 고대나 근세를 이어 주는 "허리"인 고려사는 여전히
학자들조차 외면하는 사각(사각)지대다.
따라서 일반사람들이 읽을 면면한 통사 하나가 없어 고려에 대해서 아는
지식이라고는 "고려청자" "금속활자" "팔만대장경"이 고작이다.
그럴만한 이유는 있다.
1차 사료가 거의 없고 "고려사" "고려사절요" 밖에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그러나 고대사 보다 먼 시기도 아니고 사료도 고려인들이 남긴 문집까지
합치면 그리 적지도 않은 편인데도 고려시대사에는 의외로 해명되지 못한
문제가 많다.
중앙.지방 정치제도, 토지제도, 사회신문문제 등 모든게 아직 명확하게
구명되지 못하고 있다.
고려시대는 지금까지 "암흑시대"나 다름없다.
KBS가 최근 2000년 특별기획 대하 역사드라마 "태조 왕건"을 시작으로
앞으로 10년동안 4백74년간의 고려왕조를 새롭게 조명하는 사극 시리즈를
내놓겠다고 밝혀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작가는 대중문화 쪽에서 오히려 사학계의 영향을 미쳐 학계의 고려사 연구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자신감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삼국을 통일하고 새나라를 세운 태조 왕건의 지혜와 경륜, 집념을 되살려
새로운 천년의 리더십을 형상화 하겠다"는 것이 KBS의 기획목표라고 한다.
금년에 출간된 재야사학자 이이화씨의 "한국사이야기(고려편)" 박종기교수의
"500년고려사" 등 2권의 대중을 위한 책도 학계의 적지 않은 비판을 받고
있다.
두 책의 내용은 고려를 지방세력이 세운 실질적인 첫 민족통합국가로 보고
귀족과 서민의 문화가 동등했던 다원주의 사회로 자리매김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출판가에는 벌써 3종의 왕건을 다룬 장편소설도 나왔다는 소식이다.
내년은 왕건의 해가 될지 모르겠다.
TV사극을 "교과서"처럼 알고 있는 우리네 풍토에서 사료도 적고 고증도 힘든
고려의 이야기를 얼마나 정확하게 전개시켜갈지 궁금할 뿐이다.
고려사 연구를 활성화 시키는 전기가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만...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