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 한국 상공회의소(회장 김영만)는 18일(현지시간) 전경련 뉴욕사무소와
공동으로 4선의 미 연방하원의원을 지낸 엘리자베스 홀츠만 변호사(헤릭
파인스타인 법무법인)를 초청, "성공적인 대 정부관계 구축을 위한 효과적인
로비전략"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뉴저지의 포트리 힐튼 호텔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홀츠만 변호사는 "한국은
일본이나 중국 등 주변 국가들에 비해 체계적인 대미 로비 능력이 뒤떨어져
있다"며 반덤핑관세나 슈퍼 301조 적용등에서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하는
것은 로비역량의 차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강연 내용을 요약한다.

로비는 보통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사실 그 뜻은 담백하다.

정부에 청원을 하는 모든 의미를 지칭하는 말이 로비다.

로비는 모든 사람이 이익을 침해당할 경우 정부에 청원할 권리를 갖는다고
규정한 미 헌법 제1 수정 조항에 근거를 두고있다.

말하자면 헌법에 보장된 기본 권리를 행사하는 수단이다.

따라서 개인 기업인 상공회의소 등 모든 개인과 기관들이 로비활동을 할 수
있다.

로비활동에는 자격 제한이 없다.

로비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한 예로 몇 년전 입법화된 뉴욕주의 의료보험
법안을 들 수 있다.

이 법안은 기업들에 지나친 비용부담을 지움으로써 많은 중소업체들을
도산위기로 몰고 갔다.

하지만 법안이 통과될 당시만 해도 의원들은 그런 문제점을 예견하지
못했다.

기업들은 문제 발생후 법적인 절차를 통해 부담을 완화해 보려고 했지만
막대한 시간과 돈만 허비한 채 수포로 끝나고 말았다.

일단 확정된 법을 고치기는 매우 어렵다.

해당 기업들이 당초 법안의 심의단계에서 자신들이 입게 될 피해를 사전에
구체적으로 알리는 등의 로비를 적극적으로 했다면 사정은 달라졌을 것이다.

로비가 단순한 청원인 것은 사실이지만, 연방정부 차원의 문제일 경우에는
법안심의와 통과과정의 복잡성 등으로 보다 전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또한 로비에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법안의 계류상태에 따라 적시에 적합한
인물을 상대로 로비를 전개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정부 관계자와의 친분관계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본인의 경우 8년간 연방하원의원을 역임하는 동안 예산 법사 이민 등
소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었다.

함께 의정활동을 한 사람들중에는 현재 하원 국제무역무역위원회와
농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사람도 있다.

현 국방부 장관인 윌리엄 코헨도 같이 의정활동을 했던 동료다.

이들과의 인간관계가 본인의 로비 활동에 큰 도움이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와함께 자신과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사람이 누구이며, 이해가 상충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파악하는 작업도 중요하다.

이해가 일치될 경우 연대를 맺어 공동으로 이익 보호를 위해 노력하면
로비의 효과가 더 커질 것이다.

로비는 경제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대두된 노근리사건의 경우 미국정부는 진상조사를 약속하며 내년
6월까지 진상조사보고서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들리는 바에 따르면 미국정부는 정부문서 보관청에 소장돼 있는 관련
문서들에 대한 조사를 이미 시작했다고 한다.

한편 생존자와 희생자 가족들은 최근 미국을 방문해 국방부관리 등을 만나고
기자회견을 하는 등 매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 역시 로비활동이다.

본인이 판단하기에 현재까지 희생자 가족들이 보여준 노력은 매우 인상적
이며 대단히 효과적으로 노근리사건을 미국내외에 알린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견지에서 이들의 노력을 학점으로 친다면 A를 줄 수 있겠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보다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정부의 조사보고서가 발표된 후 제기될 보상문제에 대해서도 적절한 대비책
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보상은 특별입법을 통해 이뤄질 것이므로 앞으로 미국의회를 상대로 한
청원활동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조언을 덧붙이고 싶다.

로비활동을 가장 잘 하는 국가의 하나로 이스라엘을 들 수 있다.

이스라엘은 25년전부터 미국과 AIPAC(미.이스라엘 정치행동위원회:American
Israeli Political Action Committee)를 결성해 정책담당자간에 긴밀한
관계를 구축했다.

이 조직을 통해 문제가 발생할 경우 상대방에게 현안을 설명하는 등
사태해결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각 주의 주요 대도시를 중심으로 지부를 레이다망처럼 결성해 해당지역 출신
의원이나 정책결정자의 활동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수시로 이들과 접촉해 현안을 논의하기도 한다.

이스라엘을 홍보하고 바로 알리기 위해 의원이나 주요 정책담당자들을
수시로 초청해 이스라엘과 친숙해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오랜 기간에 걸친 노력의 결실로 로비역량이 강화된 것이다.

한국인들의 경우 70년대 박동선스캔들로 인해 로비라는 말이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박동선사건은 부적절한 로비 활동의 한 예를 보여준 것에 불과하다.

이 사건 때문에 한국인들이 대미 로비활동에 위축될 필요는 없다.

반덤핑관세나 슈퍼 301조 적용등에 있어서 한국이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심한 제재를 받는 데는 다른 이유도 있을 수 있지만, 로비 역량의
차이에서 기인한 점도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미국내 의원이든 정책 담당자이건, 회사의 이해 관계에 민감한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들을 가능하면 자주 접하고 자신들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그들에게 한국기업의 이해관계가 무엇인지를 적극 홍보하고, 지역사회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알리는 노력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의원들의 경우 지역구의 고용문제가 그 무엇보다도 민감한 사항이기
때문에 해당지역의 고용창출에 크게 기여하는 기업체 관계자들의 입장을
무시하지 못한다.

이 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