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쪽이 모범답안인가.

인터넷 전문기업을 선언한 삼성물산과 SK상사가 뚜렷한 사업전략의 차이를
보이며 각자의 길을 가고 있다.

두 기업은 모두 탈 종합상사를 선언하며 업종전환에 가까운 변신을 시도하고
있어 후발업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삼성물산은 인터넷 쇼핑몰과 경매, 인터넷 방송과 같은 컨텐츠분야에서
소비자와 직접 거래하는 B2C(Business to Customer)사업이 주축이다.

하루 매출 2억5천만원을 올리며 업계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인터넷
쇼핑몰이 대표적.

음악전문 포털사이트를 목표로 이달말 설립예정인 인터넷 방송도 B2C사업.

유명스타의 팬클럽회원을 관리하는 사이트를 추가해 종합 엔터테인먼트
방송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중 선보일 인터넷 경매사업은 역경매와 공동구매, 입찰 등
고객참여를 유도하는 B2C형 사업모델이다.

반면 SK는 인터넷을 인프라로 신사업및 마케팅위주의 기업간 거래인 B2B
(Business to Business)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의료기기및 의약품을 판매하는 헬스케어산업의 경우 대형병원과 약국이
대상이다.

미국의 MBE사와 공동으로 시작한 사무체인사업은 SOHO사업자가 타깃마켓.

연말에 착수할 예정인 MRO(Maintenance, Repair, Operation)사업은 일반
제조업체가 주고객이다.

공장의 유지및 보수 관리를 전문으로 한 MRO는 전자상거래를 통해 제조업체
의 원부자재 조달에서부터 공급망 관리까지 담당하는 복합유통사업으로
전형적인 B2B사업이다.

인터넷 무역에서도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삼성이 인터넷을 기반으로 자체 교역시스템을 고도화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면 SK는 무역업체의 온라인 거래를 지원하는 전산시스템의 구축과
관리사업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삼성은 기존 상사의 기능을 인터넷으로 대체하는 전략아래 수출전문 사이트
인 파이드코리아를 통해 우수 중소기업의 발굴과 마케팅 지원체제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이에 비해 SK는 조회에서부터 선적, 대금결제 등 모든 무역업무를 온라인상
에서 처리하는 인터넷 무역의 관리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인터넷 무역의 세계 표준화를 추진중인 WTCA(세계무역센타협회) 산하의
트레이딩카드사와 제휴, 국내사업권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벤처투자 분야도 대조적이다.

삼성물산은 골든게이트라는 자체 사이트를 통해 벤처기업을 직접 발굴해
투자하는 스타일이다.

반면 SK는 인터베스트라는 창투사에 35%의 지분을 참여하는 간접투자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같은 전략의 차이는 사업추진 방식의 차이로 이어진다.

B2C사업은 네티즌을 대상으로 무한대의 잠재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 한다.

삼성은 대규모 투자보다는 참신한 사업아이템을 개발하고 제휴업체를
확대하기 위한 인력증강에 주력하고있다.

올해 전체 인원의 절반을 줄이는 혹독한 구조조정 와중에서도 인터넷사업부
는 6개팀 1백74명으로 짜여진 본부급 조직으로 발전시켰다.

반면 B2B는 기업을 상대로 한 비즈니스인만큼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다질 수
있지만 사업영역이 전문적인데다 대규모 자본이 투자돼야 한다.

SK는 2005년까지 모두 3천8백억원을 인터넷사업에 쏟아부을 예정이다.

SK유통과의 합병으로 국내 3천5백여개 대리점을 확보해 마케팅 물류기반을
확보한 상태다.

상사 관계자는 "사업의 성패여부를 떠나 두 기업의 전략은 종합상사의
변화방향에 대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이심기 기자 sglee@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