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푼돈 가진 사람은 엔젤투자하고 목돈 가진 사람은 벤처캐피털 만든다"

첨단금융분야로 떠오른 벤처캐피털(창투사.신기술금융사)에 군침을 흘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인수냐, 창업이냐"를 놓고서.

펀드매니저, 사채업자, 종묘업자, 학습도구업자, 가방제조업자, 건자재업자
등이 최근 창투사를 차리거나 인수했다.

여기저기서 1백억원의 자본을 모아 창투사를 세운 경우도 몇 된다.

투신 종금 파이낸스 시대가 가고 이제 벤처캐피털 시대가 됐다.

대부분 금융부문이 위축되는 데 비해 벤처캐피털은 날로 성장하고 있다.

창투사는 지난 97년 이후 연간 10여개씩 늘어나 11월 현재 81개에 이른다.

창투조합은 올해에만 31개 늘어나 현재 총 1백22개.

이에 따라 벤처캐피털 총 투자재원은 지난해말 3조7천억원에서 현재 약
5조원에 이른다.

투자수익도 창투업 13년 사상 최고 수준.

최근 코스닥 활성화로 1백억원 이상의 투자수익을 올린 벤처캐피털은
한국기술투자 개발투자금융 산은캐피탈 기은캐피탈 등 10개사를 넘는다.

실적이 좋은 동원창투 대구창투 한림창투 무한기술투자 한미열린기술투자
등 10여개사는 코스닥 등록을 추진중이다.

이제 한국 벤처캐피털은 선진형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우량 벤처캐피털들은 질적 차별화를 추구하고 있다.

전문펀드 결성, 선진형 투자기법 도입 및 전략적 제휴, 해외투자 등으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

두드러지는 현상은 정보통신.인터넷.생명공학 펀드 등 전문 펀드 결성.

우리기술투자 LG창투 한국드림캐피탈 등 10개사는 정보통신부와 공동으로
정보통신 전문펀드를 결성하고 있다.

현대기술투자는 인터넷 포털서비스 업체인 다음커뮤니케이션과 1백억원짜리
인터넷기업 전용 벤처펀드를 공동으로 결성했다.

한국기술투자 일신창투 등도 이달중 약 1백억원 규모의 인터넷 전용 펀드를
만든다.

무한기술투자 대구창투 한국종합기술금융(KTB) 기보캐피탈 등도 인터넷
전용펀드나 투자조합을 통해 인터넷 투자에 적극적이다.

몇몇 회사는 선진형 투자기법을 도입하고 있다.

무한기술투자는 지난 10월 미국 실리콘밸리뱅크사와 벤처투자 업무 전반에
걸친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실리콘밸리뱅크사로부터 투자유치와 함께 생명공학 정보통신 등 분야의
선진투자 기법을 전수받게 된다.

LG창업투자는 세계적인 회계컨설팅업체인 미국 KPMG로부터 컨설팅을 받아
선진형 투자회사 가치평가 기법을 도입했다.

한국 벤처캐피털의 최대 과제는 국제화.

해외 벤처기업을 발굴 투자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실리콘밸리 등지에 투자해온 회사는 KTB 한국기술투자 동양창투
등에 불과했다.

KTB의 해외투자 연평균 수익률은 약 40%.

국내 벤처캐피털 평균 수익률의 4배 가량 된다.

해외투자는 10건중 1건만 대박을 터뜨려도 엄청난 수익을 거둘 수 있다.

다행히 최근 LG창투 한림창투 한국개발투자금융 대양창투 등이 해외투자를
적극 나서고 있다.

LG창투는 실리콘밸리의 반도체 검사장비업체인 르바테크놀러지와 정보통신
업체인 밀리트론 및 싱크프리, 한림창투는 원자핵 폐기물 처리기술 보유업체
인 미국 멜트란사에 투자해놓고 있다.

황금기를 맞은 벤처캐피털.

그러나 양적 팽창과 함께 한차례 구조조정이 예고되고 있다.

꼭 필요한 회사, 있으나마나 한 회사, 퇴출돼야 할 회사가 공존하는
상황이다.

벤처캐피털 지원부처인 중소기업청이 옥석을 가리는 중이다.

질적 성장을 도모해야 할 시점이기 때문이다.

< 문병환 기자 moo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