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서 보증없이 돈을 빌릴때 신용이 좋고 나쁜가에 따라 빌릴수 있는
규모와 금리가 천차만별로 달라지고 있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주택은행은 지난 15일부터 "개인신용평가시스템"(CSS)을 도입, 무보증
신용대출 확대에 나섰다.

이 은행은 대출고객들의 등급을 7등급으로 나눴다.

신용도가 가장 좋은 고객에 대해서는 연 10.4%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이들이 단골고객일 땐 연 9.9%까지 낮춰 준다.

무보증 신용대출의 종전 최저금리(연 11.9%)과 비교할 때 최고 2%포인트까지
낮아진 것이다.

그러나 무보증신용대출이 가능한 사람중 신용도가 가장 떨어지는 7등급
고객에 대해서는 연 14.4%의 금리를 물리고 있다.

종전 최고 금리보다 0.5%포인트 인상했다.

1등급과 7등급과의 격차가 4-4.5%까지 벌어졌다.

주택은행은 또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종전에는 따지지 않던 국민연금
납입액 전세금액 자동차보유여부 월대출상환액 등도 대출심사에 반영하고
있다.

종전에는 직업 재산세납부실적 연간소득 등 6~7개 정도의 항목만 따졌으나
이제는 30개 항목으로 늘었다.

조흥은행도 최근 가계대출 고객의 신용등급을 15개 단계로 세분화하고 최고
대출금리를 올렸다.

종전에는 대부분 가계대출 고객들이 프라임레이트(대출우대금리)에다
4%포인트(연 13.5%)를 더해 대출받았다.

이제는 신용도가 나쁜 고객들은 가산금리를 7%포인트까지 물고 있다.

반면 신용이 좋은 고객들(전체 고객의 60% 가량)은 3.5%포인트 이내의
가산금리를 적용받는다.

지난 9월부터 새로운 연대보증제도를 전면 도입한 기업은행에서도 무보증
신용대출이 양극화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주병욱 기업은행 영업부 차장은 "안정적인 직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보증인없이 종전보다 훨씬 쉽게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다"며 "그러나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은 대출받기가 더 어려워진 것도 사실"
이라고 설명했다.

신용도가 낮은 고객의 경우 기왕에는 연대보증인을 여러명 세워가며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연대보증을 축소하면서 이제는 그것조차 여의치 않게 됐다.

< 이성태 기자 steel@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