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Academy of St. Martin in the
Fields) 오케스트라.

클래식을 처음 듣기 시작할 때 "왜 이렇게 긴 이름을 붙였을까"하고 한번쯤
고개를 갸우뚱거렸을 오케스트라다.

바흐 하이든 모차르트 등 바로크작곡가 곡을 연주한 명반대열에 이
오케스트라 이름이 심심찮게 등장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모차르트의 삶을 그린 영화 "아마데우스"와 "잉글리시 페이션트"의 사운드
트랙을 녹음한 오케스트라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흥미는 더해진다.

이 오케스트라는 지난 57년 영국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 있는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란 작은 교회의 지하실에서 화음을 맞추면서 시작됐다.

"지휘자로부터의 피난민"을 자처하는 젊은 현악주자들이 중심이 돼 지휘자
없이 앙상블을 만든 것.

59년 인원을 보강하고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리니스트로 활약하던
네빌 마리너를 리더로 해 정식 출범하게 된다.

오케스트라 이름도 앙상블의 보금자리였던 교회이름에서 땄다.

이들 음악의 본령은 바로크음악.

50년대 불기 시작한 바로크음악 붐을 타고 헨델 비발디 바흐 등을 주로
연주했다.

60년대 들어서면서 모차르트 베토벤으로 레파토리를 넓혔으며 북구나 프랑스
음악을 제외한 거의 모든 음악을 연주, 녹음해왔다.

로시니의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도 명반으로 꼽힐 정도다.

이들은 지금까지 1천장이 넘는 음반을 녹음했으며 이중 세기적인 명반으로
꼽히는 음반도 적지 않다.

80년대 이후 명반으로는 모차르트 "레퀴엠" "대미사 다단조" "마술피리"
"피아노협주곡집", 바흐 "푸가의 기법", 포레 "레퀴엠" 등이 있다.

이들은 또 어느 한 레이블과 독점계약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자신들의 음악성과 맞지 않는 음반사는 메이저사라도 갈아치워버린다.

그정도로 탁월한 음악성과 명성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이들의 연주는 현대적인 경쾌함으로 가득하다.

리듬감이 좋고 꽉짜인 하모니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모차르트 음악을 정확히 해석하는 오케스트라로 유명하다.

지금은 마리너, 이오나 브라운, 케네스 실리토 등 3명이 함께 음악감독을
맡아 이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다.

이들이 오는 3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찾는다.

4년만에 다시 찾은 내한무대다.

지난 95년에는 2차례 연주회를 가졌지만 올해에는 아쉽게도 한차례만
연주한다.

모차르트 "교향곡 35번 라장조 하프너",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
드보르작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 등을 들려줄 예정이다.

드보르작의 신세계는 20세기 마지막해 연주라는 의미에서 선곡했다.

베토벤 황제는 재불 피아니스트 백건우씨가 협연한다.

메시앙 등 항상 새롭고 학구적인 레파토리를 선보여온 백건우씨가 오랜만에
대중적인 곡을 들고 나오는 무대여서 기대된다.

(02)598-8277

< 장규호 기자 seinit@ 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