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와 삼성간 석유화학 빅딜(대규모 사업맞교환)협상이 1년3개월이 넘게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반도체등 7개업종이 이미 빅딜을 끝마친 것과는 달리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조차 오리무중이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먼저 빅딜 성공의 관건인 미쓰이를 비롯한 일본 투자선의 투.융자 여부.

미쓰이측은 지난 8월 투자의견서를 제출했지만 국내 채권단 심사 결과 정식
투자제안서가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일본의 화학전문신문인 화학공업일보는 이런 까닭에 "현대와 삼성간 통합
회사 설립이 백지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에대해 빅딜을 중재중인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통합본부측은 "일본측 자금은
꼭 들어온다"고 장담하고 있다.

둘째, 현대와 삼성의 추가 손실 부담 여부도 빅딜 걸림돌이다.

채권단은 양사가 일정정도 손실을 부담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에대해 양사는 순기업가치를 1조8천억원에서 일본측 주장대로 1조원으로
깎아주고 경영권 포기를 선언한 마당에 추가 부담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셋째는 채권단 태도다.

채권단은 어느정도나 손실을 감내할지 언급이 없다.

자신들이 손해보는 일만은 절대 않겠다는게 속내다.

빅딜 참여 주체들의 생각도 각각 다르다.

전경련과 통합추진본부측은 어떻게하든 일본 돈을 끌여들여 부채비율을
낮추고 회사를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대석유화학도 적극적이다.

반면 그룹 전체 부채비율이 이미 2백%이하로 떨어진 삼성종합화학은
무조건적인 빅딜보다는 국가 경제적으로 이익을 얻을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한화석유화학등 기타 업체들도 국내업계 새판짜기에서 손해보지
않으려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처럼 복잡하게 꼬이다보니 경쟁력 강화라는 빅딜의 본질은 사라지고
언쟁만이 남아있는 형국이다.

그 와중에 당사자인 현대와 삼성 임직원들의 마음고생은 말이 아니다.

회사가 제대로 돌아갈리도 없다.

정부는 연내 유화 구조조정을 끝마친다는 방침아래 청와대와 사업구조조정
위원회를 중심으로 조정을 진행중이다.

지금이라도 일본측이 과연 투.융자 의지를 갖고있는지 공식적으로 확인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다시 마련, 신속하게 구조조정을 마무리할 필요가 있다.

< 산업1부 강현철 기자 hckan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