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쿠퍼가 쓴 "세계문화상징사전"을 찾아보면 4방위중 동쪽은 "또오르는
해" "여명" "봄" "희망" "어린시절" "시작되는 생명" "청춘"을 상징하는
말이다.

이것은 인류의 머리속에는 동쪽하면 태고의 어둠을 뚫고 떠올라 어머니의
품처럼 만물을 생육하고 희망을 북돋는 태양이 각인돼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도 고대부터 동쪽을 성스러운 곳으로 생각해 왔다.

삼국시대 고분중 초기 신라와 가야묘는 죽은 사람의 머리가 모두 동쪽을
향해 놓여 있다.

후기에 오면 머리의 방향이 북쪽으로 변하지만 이것은 중국인들의
북방숭배사상이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고 지금도 동쪽은 여전히 중요한
방위다.

벌써 몇 년 전부터 새 천년을 맞는 해맞이 행사가 세계 각국에서 성대하게
준비되고 있다.

하지만 서로 새천년의 해가 제일 먼저 뜨는 곳이라고 티격태격 하고 있다는
외신을 보면 재미 있다.

남태평양의 날짜변경선 곁에 있는 키리바시 통가 피지 등 섬들은 날짜변경선
을 동쪽으로 옮기거나 섬머타임까지 적용하는 등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정작 첫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은 남극인근의 바다 가운데이고 그곳에서 가장
가까운 인간상주지역은 뉴질랜드의 체텀제도라는데도 전혀 첫 일출장소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는 소식이다.

우리의 새천년 해돋이 경쟁도 이들에 뒤지지 않는다.

새해 아침 7시31분17초에 울산에서 뜨는 해가 육지에서 맨먼저 볼 수 있는
해라는데 해돋이행사는 동해안 일곱군데서 열린다.

그리고 모두가 해를 제일 먼저 맞는 곳이다.

해는 정동에서 뜨는 것이 아닌데도 정동진과 동해시 어느 곳에 서울에서
정동쪽이냐를 놓고 강릉시와 동해시가 논쟁까지 벌이고 있다.

웃음이 절로 난다.

한국의 무속신화에서처럼 태초에 해가 2개라면 모르지만 지구의 반쪽
서쪽나라에서는 하루뒤에야 해맞이를 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분, 초를 다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새천년 해맞이를 탓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1천7백억달러로 추산되는 밀레니엄특수를 노리는 이악스러운
상혼이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