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상반기 우리나라 기업들의 재무구조와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는 한국은행
의 기업경영분석 결과는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없다.

지난해 외환위기 와중에서 국내기업들이 최악의 경영난을 겪었던 일을 생각
하면 더욱 그렇다.

특히 부채비율이 31년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졌고 수익성도 95년상반기
이후 최고를 기록할 정도로 제조업부문의 경영성과가 두드러진 것은 높이
평가할만 하다.

그러나 올상반기 경영실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이것이 과연 국내
기업들의 국제경쟁력이 강화된 결과냐고 묻는다면 선듯 그렇다고 대답하기는
곤란하다고 본다.

금리하락 환율안정 증시활황 등과 같은 영업외적인 요인의 영향력이 상당히
컸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대비 경상이익률을 보면 지난해 상반기
-0.4%에서 올상반기에는 4.2%로 크게 개선됐는데 이 가운데 1.2%포인트는
금리하락, 2.3%포인트는 환율안정, 그리고 1.2%포인트는 주가상승 덕분이라는
것이다.

이를 모드 합치면 수익성 개선분 4.6%포인트보다 더 크다.

또한 각각 매출액의 0.9%, 0.4%나 되는 자산매각이익과 유가증권평가이익이
영업외 이익으로 처리돼 경상이익률을 끌어 올린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기업규모로 나누면 대기업의 경상이익률이 4.4%로 중소기업의 3.6%보다
높다는 점이 눈에 띠는 대목이다.

이는 환차익과 유가증권평가이익이 주로 대기업에서 발생했기 때문이지만
이유야 어떻든 대기업의 수익성이 중소기업에 비해 높다는 사실은 앞으로도
당분간은 우리경제가 대기업 주도로 운용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증거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밖에 환율하락 탓에 매출액 증가율이 지난 70년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나 지난해 상반기보다 영업이익율이 떨어질 정도로 환율변동의
영향이 과거에 비해 매우 커진 만큼 국내기업들은 환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하겠다.

무엇보다 4.2%라는 경상이익률 자체가 일본의 3.3%(97년 기준)보다는 높지만
미국의 8.1%(97년 기준)나 대만의 5.1%(95년 기준)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우리기업들은 앞으로도 수익성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17조7천억원이나 되는 대규모 유상증자 덕분에 제조업 부채비율이
사상 최저수준인 2백47%로 낮아진 것은 보는 시각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지만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도산위험이 줄고 당면과제인 구조조정을
추진할 여력이 생겼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