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명 : ''인위 버리고 ''도''로 경영하라''
저자 : 제임스 오트리 등 공저
역자 : 박태섭
출판사 : 선재
가격 : 7,000 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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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경에서 리더십의 지혜를 찾는 경영전략서 "무위경영"(제임스 오트리.
스티븐 미첼 공저, 박태섭 역, 선재, 7천원)이 출간됐다.

원제는 "Real Power-Business lessons from the Tao Te Ching(도덕경의
경영수업)".

이 책은 서양 경영컨설턴트가 동양정신에서 배운 경영철학의 정수를 담은
책이다.

우리가 서구 경영이론에 집착하는 동안 그들은 동양적 시각에서 기업경영의
새 패러다임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남의 이론을 빌려오려고 먼 길을 둘러 다닌 우리에게는 사실 너무 가깝고
친숙한 이론이다.

진리는 먼 곳에 있지 않다.

저자들은 도덕경의 교훈이야말로 어떤 최신 이론보다 뛰어난 경영이론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도덕경이 신비주의나 은둔의 처세를 가르치는 책이 아니라 자기수양
과 경영의 지혜를 일러주는 바이블"이라면서 2천5백년 전의 고전으로부터
성공한 기업의 핵심을 꿰뚫는 원리를 찾아냈다.

노자와 한비자의 사상을 기업경영과 지도력이라는 맥락에서 새롭게 해석한
것이다.

도덕경의 키워드는 "무위"다.

이것이 경영에 접목되었을 때 어떤 의미를 가질까.

"행위가 현실과 조화를 이루기 때문에 하면서도 하지 않는 듯 보인다.
억지로 제어하지도 관리하지도 않는다"는 게 핵심이다.

인위적으로 제어하지 말고 억지로 관리하려는 욕망을 놓아버리라는 것이다.

이는 요순시대의 백성들이 태평가를 부르면서 임금이 누구인지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는 고사를 떠올리게 한다.

무위이치의 길이 바로 여기에 있다.

"도를 터득한 사람들은 가득 차기를 바라지 않았다/가득 차기를 바라지
않았으므로/낡은 것을 버리고 새 것을 이룰 수 있었다(보차도자불욕영,
부유불영, 고능폐이신성)"(도덕경 제15장)

흔히 조직을 잘 관리하고 꼭꼭 잠그기를 좋아하는 경영자를 모범으로
여긴다.

그러나 완벽을 기할수록 무리가 따르기 마련이다.

절망에 빠진 경영자들을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인위적인 관리체계를
갈구하며 이를 억지로 실현하기위해 발버둥치던 사람들이다.

"법령이 점점 엄해질수록 도적은 더 많아진다"는 얘기를 떠올려보라.

사원들이 인터넷 서핑이나 즐긴다고 복잡한 업무규정을 만들어 통제하려 드는
발상은 어리석다.

그런 회사는 창의력마저 내규에 묶여 "죽은 관리회사"로 도태되고 만다.

이런 경영자는 "덜어내고 또 덜어내서/마침내 무위의 경지에 도달한다/
무위라 하지만 하지 못하는 일은 없다"(제48장)는 대목을 참고해 볼만하다.

무위란 게으르거나 수동적으로 기다리라는 게 아니다.

현명한 지도자는 책임을 회피하지 않으면서 업무와 권한을 위임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아랫사람에게 권한을 덜어 넘겨주고 끈을 놓음으로써 다른 큰 일을 할 수
있다.

미완성인 것 같지만 오히려 남겨놓는 일 없이 모든 것을 성취해내는 능력에
스스로도 놀랄 것이다.

도덕경의 경구는 "딱딱하고 굳은 것은 죽음이며 부드럽고 약한 것은 생명"
이라는 진리를 일깨워준다.

굳세고 뻣뻣한 것을 남성적인 힘으로 간주하지만 관리능력을 잃을까봐
두려워 더욱 딱딱하게 구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부드러움은 여성적인 나약함으로 오해받기 쉽다.

바로 이런 것들이 편견이다.

부드러움은 나긋나긋해서 찌르면 푹 들어가지만 세찬 힘에 맞서 유연하게
휘어지는 탄력을 지니고 있다.

몸과 마음이 열려있는 상태가 이것이다.

태극권이나 합기도가 이를 입증한다.

그 부드러운 동작에서 얼마나 엄청난 힘이 나오는가.

"대도를 따라 가라/샛길로 빠져나가지 마라/대도는 평탄한 길이다/그런데도
사람들은 샛길을 좋아한다"(제53장)

단기이익에 눈이 어두워 샛길로 빠져 달아나는 기업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평소에 정도를 걷지 않는 기업이 위기를 만나면 다운사이징이니 아웃소싱
이니 해서 자기 식구들을 불안에 빠뜨린다.

성급한 감원으로 연구개발과 위기극복 능력을 떨어뜨린다.

남은 직원들도 과중한 업무에 지쳐 생각할 시간을 갖지 못한다.

창의력은 고갈되고 심신도 소진된다.

생산성을 높이라는 압박 속에서 생계와 복지,미래에 대한 배려는
실종돼버린다.

작은 것에 집착해 가장 큰 자산인 사원들의 에너지를 꺾는 것이 "샛길"의
전형이다.

이같은 가르침은 정신과 육체의 조화속에서 평화를 얻으라는 불교의
"보왕삼매론"과 통한다.

그러나 "무위"의 높은 경지는 "비움으로써 가득차는 상생의 원리"로 한걸음
더 나아간다.

현재 상황에 만족하는 법과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함께 가르쳐
주는 것이다.

이 책은 사업가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삶의 경전으로 삼을 만하다.

우리 모두가 자기 인생의 경영자이기 때문이다.

< 고두현 기자 kd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