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속을 하지 않으니까"
요즘 의료계에서 복지부의 보건행정을 두고 하는 우스갯소리다.
세상이 온통 "사이버"로 뒤바뀌고 있는데도 "사이버병원"과 "사이버약국"은
안된다고 고집하는 것을 비꼰 얘기다.
복지부의 설명은 간단하다.
"의료행위는 "의료기관"에서만 할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의료기관의 범위.
복지부는 현행 의료법과 약사법엔 "의료기관"을 병.의원과 약국등으로
국한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치료나 약품판매 형태는 용납할 수 없다고 한다.
간단히 말해 치료행위는 "건물"에서만 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렇게 고집하는 배경엔 "위험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있다.
의료사고가 나면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다.
그러니 좀더 기다려 세상이 완전히 바뀌면 그뒤에 관련법을 마련해
"안전하게" 가자는게 복지부의 심산인 것 같다.
하지만 안전을 제일로 치는 선진국에선 이런 "위험"을 염려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월그린(www.walgreens.com)"은 사이버약국으로 대성공했다.
의사로부터 진료카드를 넘겨받아 약을 조제해 환자에게 우송해주는 "장사"를
한다.
편리하면서도 값이 싸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아예 회원들의 개인별 건강관리까지 챙겨준다.
그래서 약장사를 하면서 "사이버 주치의"라는 애칭을 얻었다.
미국에선 제약회사가 아예 약국을 겸하기도 한다.
지난해 2백억달러가 넘는 매출액을 올린 세계최대의 제약회사인 "머크"가
그 사례다.
새로운 밀레니엄은 이렇게 사이버공간에서 시작되고 있다.
이 새 영역에 금맥이 숨겨져 있다.
너나없이 혈안이 돼 황금을 찾아 달려가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국경도 없고 시간에도 장애받지 않는 이 신대륙은 벌써 선진국의 개척자들
에게 상당부분 잠식당한 상태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의 복지부는 "법" 타령만 해대고 있다.
규정상 안되게 돼 있다는 것이다.
"규정이 잘못된 것 아니냐"는 외침에도 계속 귀머거리 시늉만 한다.
의사와 약사, 환자들이 모두 원해도 복지부가 안된다면 그만이다.
어떤 의료인은 다른 해석을 붙이기도 한다.
위험해서라기 보다는 복지부가 "몰라서 못해주는 것같다"는 것이다.
무지에서건, 위험 때문이건 시간을 끌 여유가 없다.
사이버에서의 속도는 달구지가 아니라 광속이기 때문이다.
< 김도경 사회부 기자 infofest@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