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는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세금을 내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그 세금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적절히
사용되는지 알아야 한다.

그래서 그 대표자들로 하여금 이를 살펴보도록 만든 제도와 기구가 바로
국회다.

국회는 이런 역사적 산물이다.

이 권한을 위임받은 대표들이 제대로 직무를 수행하는지 감시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이번 국정감사에는 시민단체들의 목소리가 유독 컸다.

국회의 국정감사를 또 감시하기 위해 유수의 시민단체들이 국회의사당 또는
감사현장에 대표들을 파견했다.

이 문제로 곳곳에서 시민단체와 국회의원들간에 시비가 벌어졌다.

사무처로서도 난감한 입장이었다.

명분은 시민단체쪽에 있는 듯 했다.

사무처는 큰 방을 마련하고 대형TV를 여러개 놓아 이들이 간접적으로나마
활동상황을 지켜보도록 편의를 제공했다.

의원들의 활동사항을 점검하여 등수를 매겨 다음 선거에 선택의 참고자료로
제공하겠다는 엄포도 놓았다.

그런데도 국정감사하는 동안 감사장엔 나가지 않고 주민들을 불러 향응을
베풀다 사전선거운동시비에 휘말리는 배짱좋은 국회의원도 있었다고 한다.

시민사회의 자각이 높아지고 참여의 정치가 실현되면 비영리 비정부단체인
시민단체의 활동이 활발해지는 것도 당연하다.

우리나라에도 이미 4천개 가량의 각종 비영리 시민단체가 있다.

본인은 지난달 베를린의 국제의회연맹(IPU) 총회에 참석, 때마침 서울에서
열리고 있던 세계 NGO 대회를 소개하고 "국회와 시민단체들의 역동적인
관계"에 관해 토론을 주도한 적이 있었다.

물론 이 자리에서 비영리 비정부 시민단체의 정의, 역할, 정부와의 관계 등
많은 논의가 있었다.

당연히 압력단체와 이익단체에 관한 논쟁도 있었고 국회의원의 소환제,
선거법상의 문제점 등도 논의됐다.

이제 국회도 감독을 받는 형국이 되어가고 있다.

국회의원이 더 이상 큰 소리만 치는 그런 고고한 자리는 아닌 듯 싶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