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관리체제가 오히려 성장발판이 된 중소기업이 있다.

경기도 광주에서 형상기억합금을 이용한 난방 온수조절밸브를 생산하는
이세산업(대표 신군섭).

이 밸브(모델명 메모밸브)는 배관에 흐르는 물의 온도에 따라 물의 흐름을
조절, 난방비용을 평균 35% 이상 줄인다.

온돌과 라디에이터를 쓰는 기존 난방 시스템에서는 방안의 공기온도를
감지,물을 데우는 기온감지식이 유일했다.

이세산업의 밸브는 수온감지식인 게 다르다.

이 회사의 작년 매출은 30억원.

올해엔 1백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 89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메모밸브를 95년 10월 산업자원부의 에너지
이용 합리화자금 사용대상 품목으로 지정받을 때까지 기온감지식만 인정하는
법규에 묶여 제대로 팔지도 못했다.

신군섭(51) 사장은 "세계 처음으로 적용한 개념이었으므로 인식을 바꾸는게
너무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아끼는게 미덕이 된 IMF 관리체제가 메모밸브를 살려주게 된다.

난방비용 절감은 물론 공사비도 3분의 1인 점이 강한 매력으로 작용한 것.

현대산업개발이 앞장서 신축 아파트에 이 밸브를 채택하기 시작한 것.

조달청의 수의계약 덕분으로 올해 매출이 껑충 뛰었다.

조달청은 이 밸브를 우수제품으로 지정한데 이어 지난 2월 11만개
(39억2천만원)를 수의계약했다.

주택공사 도시개발공사 등도 잇따라 수의계약을 맺었다.

수출물꼬가 터진 것도 매출신장에 한몫했다.

지난 10월 중국 옌지(연길)에 2백개를 실어보낸게 신호탄.

이 물량은 연말까지 3만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2일엔 중국 베이징(북경) 건설업체에 2만5천개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는 중국건설부가 난방 온도조절 밸브 표준으로 이 회사의 밸브를 채택
했기 때문이다.

베이징에서 신축되는 건물에 이 회사 밸브가 적용될 예정이어서 매출은
더욱 늘 것으로 예상된다.

캐나다 네덜란드 영국 등지로도 샘플물량을 보냈다.

중소화학업체에서 샐러리맨으로 있다가 지난 94년 이 회사에 합류한 신
사장은 97년 대표이사로 경영일선에 나섰다.

신 사장은 "처남이 시작한 사업을 거들다 객이 주인이 됐다"며 "난로를
사용하는 서구 난방시스템에서는 기온감지식이 맞을지 몰라도 온돌문화에서는
방바닥 물의 온도에 따라 난방하는게 적합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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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광진 기자 kjo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