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가에서는 요즘 신정치(New Politics)가 새로운 화두다.

9년째 불황을 모르는 채 이어지고 있는 신경제(New Economy)가 정치 분야에
서까지 새로운 현상을 이끌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신정치 논의의 출발점은 정보 테크놀로지 부문의 폭발적인 성장이다.

이로 인해 미국 유권자층의 주종을 이루고 있는 직장인들의 작업장 환경,
문화적 태도, 라이프 스타일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인터넷이 몰고 온 비즈니스 혁명은 공화 민주 양당의 전통적인 표밭
개념을 무색케 하고 있다.

뉴욕 월가와 캘리포니아의 실리콘 밸리 등 미국 곳곳에서 탄생하고 있는
진보적인 성향의 20~30대 백만장자들이 단적인 예다.

"부유 자본가=공화당, 서민 중산층=민주당"이라는 종래의 도식은 이제
박물관 속으로 사라져야 할 판이다.

이밖에도 벤처 기업가, 프리랜서 군단 등 특수 전문가 집단이 속속 출현함에
따라 공화당과 민주당의 지지세력 판도에 엄청난 변화가 일고 있다.

이들 신경제 시대의 뉴제너레이션은 또 시민권이나 해외 전쟁과 관련된
정치 이슈보다는 다우존스 공업지수에 더 관심이 많다.

따라서 어느 당에도 지속적인 소속감을 보이지 않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도 주목되는 변화의 하나다.

이처럼 정치판에 혁명적인 변화가 일면서 미국 정계를 양분해 온 공화 민주
양당의 지도부는 새로운 상황에 부응하는 신정치의 창출에 부심하고 있다.

정권 재창출을 겨냥하고 있는 민주당의 앨 고어 부통령 진영은 새 민주당
(New Democrats) 이라는 중도주의를 표방하면서 뉴 제너레이션을 포용하려는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공화당 후보로 유력시되는 조지 부시 텍사스 주지사의 경우 따뜻한 보수주의
(Compassionate Conservatism)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진보적 유권자들을 손
짓하고 있다.

마침 한국도 여야를 막론하고 신당 창당과 제2 창당 등을 통해 새로운
정치문화를 일으키겠다는 다짐이 무성하다.

그러나 미국과 한국 간에는 다른 점도 많다.

미국은 기존의 정당 구조를 유지하면서 조용한 가운데 안으로부터의 변혁을
진행하고 있는 반면 한국의 정치판은 정치 세력간의 헤쳐모여 를 통한 외적인
무늬 바꾸기에 더 혈안이 돼 있다는 느낌이다.

어느 쪽이 진정한 신정치로 귀결될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