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유명인의 가훈 사전'' ]

"낙천"(국문학자 양주동) "한 우물을 파며 분수를 지켜라"(소설가 박종화) "
남에게 구차한 말 하지 말고 살 것"(작곡가 홍난파) "부지런하면 천하에
어려움이 없고 백번 참으면 집안에 큰 평화가 있다"(철학자 안병욱)

국내 인물 5백89명의 가훈을 한 데 모은 "한국 유명인의 가훈사전"(김종욱.
하연욱 공저, 도서출판 동반인, 1만7천원)이 출간됐다.

한자로 쓰여진 가훈은 원문과 한글풀이를 함께 실었다.

가훈에는 짧으면서도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

시와 잠언 경구의 장점이 한꺼번에 녹아있다.

가훈은 자녀들에게 세상 이치와 삶의 지혜를 가르쳐주는 이정표다.

예부터도 좋은 가훈에서 훌륭한 인재가 많이 나온다고 했다.

미당 서정주 시인의 가훈은 "다음 시대의 자녀들을 우리보다 더 유능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시적인 표현보다 미래 공동체를 더 생각하게 하는 문구다.

문학평론가 백철은 아이들에게 다섯가지를 늘 강조했다.

"인간으로 귀환하라. 가정은 사회활동의 모체다. 참는 것이 화목의 윤리다.
근검은 번영의 자본이다. 잿불을 쬐어도 부정과 손잡지 말라"

독문학자이자 극작가였던 서항석은 3무를 가르쳤다.

"병 없도록(무병), 부끄러움 없도록(무치), 후회 없도록(무회) "살아야 참된
삶이라는 것이다.

백낙준 전 연세대 총장은 간단명료한 진리 세마디로 가훈을 삼았다.

"진실하라. 노력하라. 봉사하라"가 그것이다.

조선시대 학자 신숙주는 "마음을 잘 다잡아 모든 일에 잘못됨이 없도록
하라. 몸가짐을 삼가하여 일에 틀림이 없도록 하라. 부지런히 공부하여 참된
힘을 기르라. 가정생활을 건실하게 하라. 벼슬하는 사람은 어진 정사를
베푸는 데 힘쓰라. 여자를 잘 가르치라"를 제시했다.

영의정을 지낸 신흠은 "화목한 가정, 벗들과의 우정, 참된 마음, 조심과
온후, 허영없음"을 강조했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가정교육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가훈은 그 집안의 정신적 교과서다.

좋은 가훈의 향기로 자녀들의 장래가 밝아질 수 있다면 그 사회와 국가의
앞날도 당연히 희망적이다.

< 고두현 기자 kd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