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소비는 경기에 역행하는가.

라면업계 주변에서는 요즘 이같은 질문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불황도 아랑곳없이 지난해 두자리수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던 라면 판매량
이 올들어서는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뒷걸음질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만 놓고 보면 라면 소비는 경기에 역행한다고 할만 하다.

그러나 라면업계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보다는 시장이 포화상태에 달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라면 소비가 이미 늘어날 만큼 늘어났기 때문에 경기가 살아나도 소비가
눈에 띄게 더 늘진 않는다는 것이다.

이같은 한계를 뛰어 넘는 것이 당면과제라고 업계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라면 소비와 경기

라면시장의 외형은 지난해 16.5%나 급팽창하며 처음으로 1조원선을
돌파했다.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5.8%였던 점을 감안하면 믿기 어려운 성장률이다.

이에 대해 라면업계에선 "구매력이 약해지자 소비자들이 외식을
자제하고 집에서 라면을 많이 먹기 때문"이라고 말하곤 했다.

올들어서는 상반기중 라면시장이 5천4백8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3.8% 줄었다.

올 상반기중 경제성장률은 7.3%.라면 값을 소폭 내린 점을 감안해도
라면시장 위축은 경기회복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라면 소비가 경기에 역행한다고 말하는 이는
거의 없다.

90년대 전반만 해도 라면 소비와 경기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또 지난해 라면시장이 16.5%나 커졌지만 라면 소비량 자체가 늘진
않았다.

지난해 소비된 라면은 37억개로 전년대비 4.9% 감소했다.

그런데도 라면시장이 급팽창했던 것은 외환위기가 터진뒤 라면업체들이
값을 10~20%나 올렸기 때문이다.


<>라면업계의 한계 극복 전략

라면업계는 지난해와 올해만 놓고 보면 라면 소비가 경기에 역행하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 지금의 소비 침체는 시장이 포화상태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라면시장은 90년대 초에 비하면 금액상 2배 규모로 커졌다.

그러나 판매량은 전혀 늘지 않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판매량은 연간 37억~38억개이다.

아기와 노인을 빼고 라면을 먹을 수 있는 사람만 놓고 보면 1인당 90개쯤
먹는 셈이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많고 2위인 일본의 2배에 달한다.

이처럼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라면업계는 획기적인 신제품을 내거나
제품을 고급화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농심의 경우 11월중 n세대 소비자들을 겨냥한 "사이버면"을 내놓는다.

이 라면은 네티즌들이 심야에 전자렌지에 넣어 간편하게 끓여먹을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물론 면발과 용기도 기존 제품과 다르다.

오뚜기는 지난 7월 "뿌셔뿌셔"란 이름의 색다른 라면을 내놓았다.

이 제품은 끓이지 않고 생으로 먹는 스낵라면으로 타업체들도 잇달아
유사제품을 내놓을만큼 청소년층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삼양식품은 최근 면발이 특이한 "손수 때릴타 면(수타면)"을 내놓고
신규수요 확장에 총력을 쏟고 있다.

라면업체들은 해외로도 적극 눈을 돌리고 있다.

라면시장의 65%를 차지하고 있는 농심의 경우 국내에서 점유율을 더 높이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보고 해외판로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라면 종주국인 일본시장 공략활동을 강화, 87년 45만달러에 그쳤던
수출실적을 지난해 3백5만달러로 늘렸고 올해는 4백만달러를 초과달성한다는
계획이다.

< 김광현 기자 kh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