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세번 놀라게 한 대우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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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에는 대우의 실사결과를 보고 세번 놀란다는 얘기가 있다.
우선 엄청난 부실규모에 놀란다.
그럼에도 장부상으로는 멀쩡한 기업인 것처럼 비춰지는데 두번째로 놀란다.
끝으로 이처럼 부실이 쌓일 때까지 회사 안팎에 아무런 감시장치가 없었다는
데 또 놀란다는 얘기다.
먼저 부실규모를 보자.
회계법인들의 실사가 아직 완료되지 않았지만 어림잡아 전체 자산 60조원중
30조원 이상이 부실자산으로 추정되고 있다.
(주)대우의 경우 자산의 59%(17조1천억원)가 부실자산으로 판정받을 전망
이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현상태에서 대우그룹을 청산할 경우 채권자들이 대우
그룹의 전체 빚 60조원중 30조원이상을 회수할 수 없게 됐다는 의미다.
30조원이면 미화로 2백50억달러다.
부실규모로는 단연 세계최대다.
거대 부실기업이었던 미국 크라이슬러의 79년 당시 채무가 20억달러였다.
도버해협 밑에 해저터널을 뚫은 "유로터널"의 부채도 1백60억달러였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세계경영을 펴온 만큼 부실도 세계적"이라고 말했다.
더 놀라운 것은 이같은 부실이 장부상에는 감쪽같이 숨겨져 왔다는 사실이다
(주)대우만 해도 작년말 대차대조표에는 자산이 부채보다 3조9천억원 가량
많은 것으로 돼 있다.
지난 6월말 현재 요약 대차대조표에서도 자산이 부채를 3조9천4백억원
웃돌았다.
뿐만 아니라 작년에는 8백80억원, 올상반기에는 2백80억원의 순이익을 올린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쯤되면 우량기업까지는 아니더라도 꽤 괜찮은 기업으로 보일 수 밖에
없다.
자본잠식은 커녕, 부실의 기미조차 감잡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결산보고서 말미에 따라붙게 돼있는 회계감사인의 의견란을
보면 놀람을 넘어 분노까지 느끼게 된다.
회계감사인은 기업이 작성한 재무제표가 규정에 맞게 작성됐을 경우 "적정"
의견을 내고 그렇지 못할 때는 "한정"의견을 내거나 "의견거절"을 표하게 돼
있다.
투자자나 채권자들은 이 의견을 토대로 재무제표의 신뢰도를 가늠하게 된다.
그런데 (주)대우의 회계감사인은 98년 결산보고서에 대해 "적정"의견을
내놓았다.
투자자와 채권자들로 하여금 분식 투성이의 결산보고서를 믿게 만든 것이다.
어쩌면 대우사태의 가장 큰 교훈은 바로 이 부분일지도 모른다.
< 오형규 경제부 기자 ohk@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9일자 ).
우선 엄청난 부실규모에 놀란다.
그럼에도 장부상으로는 멀쩡한 기업인 것처럼 비춰지는데 두번째로 놀란다.
끝으로 이처럼 부실이 쌓일 때까지 회사 안팎에 아무런 감시장치가 없었다는
데 또 놀란다는 얘기다.
먼저 부실규모를 보자.
회계법인들의 실사가 아직 완료되지 않았지만 어림잡아 전체 자산 60조원중
30조원 이상이 부실자산으로 추정되고 있다.
(주)대우의 경우 자산의 59%(17조1천억원)가 부실자산으로 판정받을 전망
이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현상태에서 대우그룹을 청산할 경우 채권자들이 대우
그룹의 전체 빚 60조원중 30조원이상을 회수할 수 없게 됐다는 의미다.
30조원이면 미화로 2백50억달러다.
부실규모로는 단연 세계최대다.
거대 부실기업이었던 미국 크라이슬러의 79년 당시 채무가 20억달러였다.
도버해협 밑에 해저터널을 뚫은 "유로터널"의 부채도 1백60억달러였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세계경영을 펴온 만큼 부실도 세계적"이라고 말했다.
더 놀라운 것은 이같은 부실이 장부상에는 감쪽같이 숨겨져 왔다는 사실이다
(주)대우만 해도 작년말 대차대조표에는 자산이 부채보다 3조9천억원 가량
많은 것으로 돼 있다.
지난 6월말 현재 요약 대차대조표에서도 자산이 부채를 3조9천4백억원
웃돌았다.
뿐만 아니라 작년에는 8백80억원, 올상반기에는 2백80억원의 순이익을 올린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쯤되면 우량기업까지는 아니더라도 꽤 괜찮은 기업으로 보일 수 밖에
없다.
자본잠식은 커녕, 부실의 기미조차 감잡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결산보고서 말미에 따라붙게 돼있는 회계감사인의 의견란을
보면 놀람을 넘어 분노까지 느끼게 된다.
회계감사인은 기업이 작성한 재무제표가 규정에 맞게 작성됐을 경우 "적정"
의견을 내고 그렇지 못할 때는 "한정"의견을 내거나 "의견거절"을 표하게 돼
있다.
투자자나 채권자들은 이 의견을 토대로 재무제표의 신뢰도를 가늠하게 된다.
그런데 (주)대우의 회계감사인은 98년 결산보고서에 대해 "적정"의견을
내놓았다.
투자자와 채권자들로 하여금 분식 투성이의 결산보고서를 믿게 만든 것이다.
어쩌면 대우사태의 가장 큰 교훈은 바로 이 부분일지도 모른다.
< 오형규 경제부 기자 ohk@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