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승합차에 LPG(액화석유가스)를 계속 사용토록 했지만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이번 LPG 파동은 파행적인 정책집행의 전형적인 사례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차량에 LPG사용이 허용된 것은 지난 82년2월 영업용 택시에서부터였다.

대중교통요금을 안정시킨다는 명분이었다.

그후 건설교통부는 "LPG사용 자동차및 관리기준"을 수시로 변경해가며 어떤
차에 LPG사용을 허용해줄 것인지를 결정해왔다.

자동차업체에 마치 무슨 특혜나 베푸는 듯이 사용허가를 내줬다.

"상이자복지증진" "장애인복지증진" "환경보호"등의 명목이 추가됐다.

그러나 나머지 차종에 LPG사용을 불허하는 이유는 분명치 않았다.

이번 파동을 지켜보면서 그같은 규제에 아무런 근거가 없었다는 걸 확인하게
됐다.

LPG가 환경보호에도 도움이 되고 자동차산업 육성 차원에서도 오히려
권장해야 할 사항이 아닌가.

규제개혁위원회는 이미 지난3월 이런 점을 감안해 LPG사용에 대한 모든
규제를 폐지하라고 건교부에 요구했다.

이에따라 LPG사용을 제한해 왔던 건교부 고시는 폐지됐다.

그러나 똑같은 규제가 산업자원부의 액화석유가스의 안전및 사업관리법
시행규칙으로 옮겨졌다.

교묘하게 규제개혁을 회피한 사례다.

이러는 동안 시장에서는 7~10인승 승합차에 대한 LPG사용제한 여부를 놓고
자동차회사와 소비자들간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96년12월 개정된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라 7~10인승 승합차가 2000년
1월부터 승용차로 분류되는 것이 발단이었다.

LPG사용제한 여부가 불분명했지만 정부내에서는 아무 부처도 나서지 않았다.

자동차산업과 가스수급을 관장하는 산자부로 관련규제가 이관됐음에도
불구하고 산자부는 묵묵부답이었다.

산자부가 주무부처라는 사실도 최근에서야 드러났다.

당국자들의 책임회피도 가관이다.

건교부는 승합차와 승용차를 구분하는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이 96년12월
개정돼 레저용차량(RV)에 대한 LPG사용불허방침이 진작에 확정됐는데도
업계에서 괜히 호들갑을 떨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LPG사용문제를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에서 정할 수도 없거니와
정부가 공식입장을 밝힌 적이 한번도 없었다.

국민들로서는 마치 근거없는 규제와 실체없는 정책에 놀아난 기분이다.

그동안 국민들이 당한 보이지 않는 불이익은 누가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 김성택 경제부 기자 idntt@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