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민단체들이 진작부터 유전자 조작식품(GMO)의 안전성에 꾸준히
의문을 제기해온 가운데 태국이 최근 유전적으로 변형된 종자의 수입을,
그 안전성에 관한 과학적 증거가 있을 때까지 금지시켰다.

일본도 지난 8월 유전자를 조작한 원료로 만들었거나 그런 원료가 섞여있을
가능성이 있는 두부와 된장 스낵과자 등 30개 품목에 대해 오는 2001년 4월
부터 제조업자나 수입업자로 하여금 그 사실을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했다.

유럽연합(EU)이 지난 해 5월 유전자를 변형한 콩과 옥수수로 만든 식품에
"GMO 농산물로 생산"이란 표시를 의무화한 이후 유전자변형 식품에 대한
안전조치가 아시아로 확대되는 현상이다.

이런 움직임은 세계적으로 더욱 확산될 전망임에도 우리 정부는 너무 무사
태평한 것처럼 보인다.

유전자를 변형해 만든 식품은 상반된 성격을 지니고 있다.

하나는 병충해나 잡초에 강한 성질을 지녔기 때문에 식량부족과 환경오염에
크게 기여하리라는 긍정적인 것이다.

다른 하나는 아직껏 안전성이 확실히 입증되지 않았으므로 환경이나 생태계
에 어떤 해악을 끼칠지 모른다는 부정적인 것이다.

이를 먹은 사람이나 가축은 물론 그 후손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GMO는 미국에서 본격 생산이 시작된 90년대 중반부터 논란의
대상이 돼 왔고 다가오는 세계무역기구(WTO)의 뉴라운드 협상에서도 GMO의
종주국인 미국과 EU 일본 등 소비국들이 날카롭게 대립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으로 GMO 재배면적은 95년 1백20만ha에서 98년 3천만ha로 늘어났으며
오는 2010년에는 전체 재배면적의 95%에 이를 전망이다.

미국의 올해 GMO 재배면적은 콩의 경우 65%, 옥수수 80%, 면화 60%로
추정된다.

우리가 미국에서 96%를 들여오는 콩의 30%가, 절반을 들여오는 옥수수의
25%가 각각 GMO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우리의 대처는 미흡하기 짝이 없다.

농림부가 지난 7월부터 농산물에 "유전자조작" 표시를 의무화했지만 큰
의미가 없다.

항구에서 공장으로 옮겨지는 과정에만 해당되므로 최종 소비자들과는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도 하루빨리 GMO를 원료로 만든 가공식품에 그 사실을 표시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위해성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거나 국제적 합의가 없다는 이유로 시간을
끌 일이 아니다.

안전성 여부가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소비자들이 유전자 변형 여부를
반드시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들이 자신의 먹거리를 스스로의 책임아래 선택할 수 있을 것
아닌가.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