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최근들어 기업대출을 자제하고 있다.

수익증권 환매제한 조치와 은행신탁의 수신감소, 채권시장 안정기금 출연
등으로 은행의 자금사정이 나빠진 탓이다.

시중자금이 은행예금으로 몰리고 있으나 단기자금이 대부분이어서 1년이상
장기대출을 해주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17일 금융계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최근 기업대출에 대한 심사를 강화
하고 있다.

돈을 빌려 달라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기업신용도를 철저히 챙기고 있다.

우량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각 지점에 금리인하 자율권을 줬던 은행들이
최근에는 금리인하를 자제해줄 것을 지점에 요청했다.

금리가 연 6%대로 떨어질 정도로 치열한 대출세일경쟁을 벌였던 올해초
은행의 모습과는 딴판이다.

조흥은행 강희좌 중소기업지원부장은 "지난 상반기에는 은행빚을 갚았던
대기업들중 일부는 만기도래한 회사채를 상환하기 위해 은행에 대출을 요청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의 자금사정이 빡빡해져 돈을 빌려달라는 기업의 요구를 다
들어줄 수 없다"며 "기업신용도에 따라 2~3%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덧붙여
빌려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기업들이 은행을 찾기 시작한 것은 회사채 시장이 마비됐기 때문이다.

투신사들이 대우사태 이후 회사채 매도세력으로 돌변하면서 기업들의 직접
자금조달이 거의 불가능해졌다.

대우사태가 발표되기 이전인 지난6월 한달동안 국내기업들은
3조1천3백여억원을 회사채 발행으로 조달했다.

그러나 9월에는 4천4백90여억원으로 급감했다.

10월 들어서면서 채권시장 안정기금이 회사채를 매입해줘 숨통이 약간
트였으나 예전보다는 여전히 어렵다.

한빛은행 김용희 신탁부장은 "대부분의 은행들이 신탁 수신고 감소로
기업에 돈을 빌려 주기가 어려운 형편"이라며 "일부 은행들은 자금부족
상태에까지 이르렀다"고 말했다.

인천제철 김일한 재정부 차장은 "상반기까지만 해도 은행들이 6개월 또는
1년 단위로 돈을 빌려 줬으나 최근 들어서는 3개월짜리 대출을 제안하는
은행들이 늘었다"고 전했다.

< 현승윤 기자 hyuns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