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끌이 파동"으로 홍역을 치른 해양수산부가 이번엔 "비밀자료 유출"건으로
치도곤을 당하고 있다.

대외비로 분류해 깊숙이 감춰놓은 "어업협정에 따른 어민피해 실태조사
보고서"가 밖으로 나가 언론에 보도된 것이다.

"상부"의 기관들은 "자료유출자를 밝혀내 처벌하라"고 요구하고 있고
어민들은 "해양부가 어민피해를 감추기에 급급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사실 이 보고서는 내용이 그리 충실한 것도 아니다.

어민들에 대한 보상용으로 만든 것도 아니다.

야당의원들의 요구로 급하게 만든 것이다.

국정감사 몇달 전부터 끈질기게 주문하자 해양수산개발원에 용역을 줘
보고서를 만들게 했다.

시간에 쫓겨 치밀하게 분석하지도 못했다.

정작 지난 1일 열린 농림해양수산위의 국정감사 땐 보고서를 내놓지도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완결된 이 보고서는 종합 국정감사를 앞두고 해양부와 국회,
학계 등에 "조용히" 배포됐다.

그런데 그 보고서가 공개된 것이다.

해양수산부가 질겁을 한 것은 당연하다.

이번 파문을 치르면서 보인 당국의 대응은 "밀실 행정"에 길들여진 한국
관료의 체질을 그대로 확인시켜 주기에 충분했다.

애당초 그런 보고서라면 공개적으로 만들어져야 했다.

어업협상을 잘못한 것도 문제인데 그로인한 피해를 감추려 든다면 이는
공복으로서의 도리가 아니다.

공정한 피해보상을 위해서라도 정확한 피해는 객관적으로 분석돼야 한다.

감춘다고 이미 생긴 피해가 없어지는건 더더욱 아니다.

차후에 유사한 일이 재발되지 않게 한다는 차원에서라도 내놓고 논의할
일이다.

더군다나 "자료 유출자"를 찾는 행태는 과거의 악습 그대로다.

그렇지 않아도 억울해 하고 있는 어민들을 자극했다는 이유다.

정부 안에 "휘슬-블로워(내부 고발자)"가 있으면 행정의 영이 서지 않는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적반하장 격이다.

자신이 매맞을 짓을 하고는 엉뚱한 화풀이 상대를 고르는 것이나 다름없다.

"밀실행정"에 대한 공박을 "자료유출자 처벌"로 피해보겠다는 속셈이다.

어업협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일본과는 내년 입어조건 등을 놓고 실무협상이 긴박하게 진행되고 있다.

중국과도 힘겨운 줄다리기가 남아있다.

이 때문에 파김치가 돼있는 해양부와 해양수산개발원 실무자들은 자료
유출자 색출 "임무"까지 떠맡았으니 울화가 치밀만도 하다.

< 강창동 사회1부 기자 cdk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