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 교수(46.미국MIT 경제학)는 13일 "아시아 경제가 급속히
회복되고 있지만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있다"며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구조개혁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날 낮(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크 국제도서전
행사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아시아 국가들에게는 금융시장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날 회견은 최근 출간된 그의 저서 "불황경제학(원제:The Return of
Depression Economics)"을 홍보하기 위한 성격도 띠고 있다.

한시간 반동안 진행된 회견에서 그가 지적한 얘기들은 책에 담겨 있는
내용과 대동소이했다.

"불황경제학"은 아시아의 위기를 주제로 세계경제를 분석한 책이다.

일종의 경계경보 성격이 강하다.

그는 아시아의 위기가 정실자본주의(Crony Capitalism)에서 야기됐다는
서구 학자들의 견해와 달리 "과도한 개방과 과다차입및 비효율적 투자가 더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정책 오류를 세계적 외환위기 확산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헤지펀드
등 외국투기자본의 공격성의 해악을 지적했다.

그는 외화유출을 방지해 외채보유기업 파산과 외환시장 붕괴를 막으려는
IMF정책은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매우 높은 이자율과 긴축이 기업의
파국적 도산을 초래했다고 꼬집는다.

따라서 금융시장구조 및 금융자본의 시장행동을 강화하기 위해 기업의
과다차입및 투자를 방지하기 위한 차입과세를 주장했다.

그는 지금 세계경제가 대공황 시절로 돌아가고 있는 게 아니라 대공황이
낳은 경제 이론들, 그중에서도 케인즈의 이론을 되살리면 공황의 운명을
피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만약 일본이 그의 충고대로 적절한 통화팽창 정책을 취해서 국민이 소비를
활성화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나아졌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모든 나라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경제정책이란 없다.

자본 통제가 효과를 낼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고정환율제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런 점에서 그는 "지금의 상태를 불러온 근본원인을 좀 더 냉철하게
분석하고 이에 따른 선택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의 "불황경제학"은 국내 출판사인 세종서적에서 곧 번역돼 나올 예정이다.

< 프랑크푸르트=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