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산전 창원지부 목민정 대리는 협력업체를 관리하는 구매관리사다.

2백50여개 업체를 등록에서부터 관리, 평가에 이르기까지 전과정을 처리
하는게 그녀의 업무다.

요즘에는 구매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 일까지 떠맡아 눈 코 뜰새가 없다.

하루업무가 끝나는 시간은 대락 9시.

퇴근후 기숙사에 도착해 씻고 나면 10시가 조금 넘는다.

동료들이 TV 드라마에 빠져 드는 그 시간부터 새벽 1시까지 그녀는 책과
씨름한다.

"제 꿈은 CPO(구매관련 최고책임자)가 되는 거예요"

그녀가 느릿한 말투로 밝히는 포부다.

어떤 면에선 "당돌함"으로 비쳐진다.

그러나 그녀가 국내 첫 여성 CPM(국제공인구매관리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CPM은 구매전문가의 지식과 능력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1급자격증
이다.

국내에 CPM 자격증을 갖고 있는 사람은 채 1백명도 안된다.

"입사한지 3년정도 지나니까 뭔가 해보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품질관리사를
공부하다가 우연히 인터넷을 통해 CPM을 접하게 됐죠"

LG인화원 CPM 과정에 지원해 4개월간의 집중교육을 받은 후 미국 NAPM
(구매관리전국협회)에서 실시하는 시험을 통과했다.

시험을 영어로 봐야하는 만큼 구매관련 전문용어를 영어단어로 익혔다.

그녀는 "아직 우리나라의 구매관리는 기초적인 단계"라며 "협력업체를 키워
나가는 수준"이라고 말한다.

구매일반은 물론 경영학, 자재 및 재고관리, 최근에는 전자상거래에 이르기
까지 광범위한 분야에서 파트너십이 필요하다는게 그녀의 생각이다.

"아직 갈길은 멀어요. 이제 첫발을 디딘거죠"

기업경영이 다각화되면서 LG그룹 계열사에는 CPO라는 직책이 따로 생겼다.

입사 4년차인 그녀는 자기분야의 최고 직책에 도전하고 있다.

"당장은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자상거래를 다루기
위해 시작했어요"

1차를 통과하고 2차를 준비중이다.

2차 시험에서는 프로그래밍도 포함돼 해야 할게 더 많아졌다.

그녀의 별명은 "하고집"이다.

별명에 어울리게 그녀는 쉬어본 기억이 별로 없다.

단 한가지 취미가 있다면 영화관람.

주말이면 극장으로 달려가는 것이 그녀의 유일한 휴식시간이다.

"입사하고 나서 사람들의 차이는 조그맣다는걸 느꼈어요. 저나 다른 사람
이나 말입니다. 그걸 차별화하는 것은 내몫이죠"

< 고경봉 기자 kgb@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