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경제는 어디까지 와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

새로운 1천년을 눈앞에 두고 35번째 창간을 맞아 우리는 한국경제의 어제와
오늘을 되새기며 내일을 생각해볼 필요를 느낀다.

IMF이후 너무도 숨가빴던 숱한 변화들을 되돌아보려는 것은 이제 국가부도
상황을 벗으나 그만큼 여유를 갖게됐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 나아가는 방향에
대한 우려를 떨쳐버리기 어려운 점 또한 없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3.4분기중 경제성장률이 11%에 달할 것이라는 한국은행 발표는 정말 반가운
일이다.

작년 2.4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 7%에 달했던 점을 되새기면 우리 모두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성과다.

기업 근로자 모두의 노력에 따른 것이라고 할수 있고 경제정책의 성공을
의미한다고 평가해도 좋을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이 한국경제의 밝은 미래를 보장한다고 낙관한다면 잘못이다.

우리는 숫자로 나타난 경제적 성과를 인정하는데 인색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이들 숫자가 우리 경제의 오늘을 필요하고도 충분하게 나타낸다고
보지는 않는다.

작년의 마이너스 성장에 따라 올해 성장률이 높게 나올 수밖에 없는 통계적
인 요인, 반도체등 일부 수출업종의 호황이 빚어내고 있는 착시현상을 우리는
이미 여러차례 지적한 바 있다.

올해 8.8%성장을 달성한다고 하더라도 97년 대비 성장률은 2.5%에 그친다는
점, 작년중 불황에 따른 경영상의 어려움때문에 기업들이 재고를 줄이기위해
혈안이 됐고 따라서 올들어 적정수준으로 재고만 늘려도 통계상으로는 상당한
생산증가로 잡히게 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바로 이런 측면을 감안할때 올해의 높은 성장률을 예년의 기준으로 해석하는
것은 적잖게 문제가 있다고 보는게 옳다.

실업률만해도 그렇다.

5%대로 낮아지는등 통계상 고용사정이 다소나마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오지만 그것이 경제활동참여인구 감소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구직자체를 포기한 사람의 숫자가 늘어 경제활동참가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정말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분명히 경기는 훨씬 나아졌고 그것이 숫자로도 입증되는 상항이지만 두자리
숫자의 성장률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까닭은 무엇인가.

그것은 통계적인 요인에 못지않게 심리적인 측면에 원인이 있다.

수출이 늘고 가동률도 높아지고 있는 상항이지만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가시지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문제 채권시장등 불안감을 떨쳐 버리기 어려운 요인들이 한둘이 아니고
보면 체감경기가 나아지지 않고 기업들이 자신감을 되찾기 힘든게 당연하고,
고용도 기대만큼 늘 까닭이 없다.

대기업들이 이른바 재벌개혁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고 그 파장이 결국
협력업체는 물론 경제전반에 번지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개혁을 하지말자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금융개혁과 재벌개혁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반드시 해결해야할 과제라는데
이론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현재의 정부주도 개혁은 몇가지 측면에서 매우 중대한 문제가 있다.

우선 구조조정이건 개혁이건 그것을 끝낸뒤에 우리 경제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 장기적인 비전을 분명히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엄청난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구조조정작업이 완료되면 은행문제는 해결
되는가.

다시 부실이 재연될 우려가 없는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는 은행개혁이라면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

관치금융이 금융부실의 근원이라는 점을 되새기면, 공적자금투입으로 전국
은행의 거의 전부가 국영은행화한 상태는 하루빨리 시정돼야한다.

그러나 어떻게 이를 바로 잡을지 명확한 방법과 그 이후의 은행소유구조에
대한 청사진이 없는게 현실이다.

대기업개혁도 생각해볼 대목이 적지않다.

개혁의 목적이 경쟁력강화에 있어야한다는 점을 되새기면 더욱 그러하다.

이른바 선단식경영이라는 형태의 사업다각화가 문제점이 많은 것도 사실
이지만, 그것이 외국기업과 경쟁하며 성장하기위한 불가피한 전략이었던
측면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룹형태의 사업다각화가 없었다면 우리나라의 반도체산업이 과연 있을 수
있었을 지 생각해볼 일이다.

선단식경영을 못하게 한다면, 앞으로 자본집약적인 대규모투자사업은 어떤
형태로 해나갈 수 있도록할 것인지 분명한 대안을 내놔야 한다.

물론 선단식경영의 부작용은 한둘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을 시정하는 것은 시장에서 이루어지도록 해야한다.

국경없는 경제시대에 경쟁력이 없는 선단식경영이라면 시장의 논리에 따라
도태될게 자명하다.

기업활동에 대한 공권력의 규제는 가능한한 없어야하지만 불가피한 경우도
결코 없지않다고 본다.

우리는 <>부채비율 2백%이내 축소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 <>사외이사제
확대 등 기업지배구조개선 등이 하나같이 궁극적으로는 가야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들이 한꺼번에 줄을 잇는 대기업정책이 과연 현실감이 있는
것인지, 대기업들에 불안감을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상승작용을 할 우려는
없는지 의문을 갖는다.

여기에 겹쳐 광범위한 세무조사 등으로 자칫 기업의욕이 위축될 우려는
없는지...

경제에는 항상 구조적인 문제가 있게 마련인데 이를 일거에 해결하려는 식의
개혁은 진정한 의미의 시장경제적 사고가 아니다.

우리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불안감의 근원이 무엇이고, 왜 경제회복이
피부에 와닿지 않는지를 정부당국자들은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기업들이 신나게 뛸수 있는 상황이 돼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