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원부가 5년 안에 핵심 부품과 소재의 자급화를 달성해 자본재 분야의
무역적자를 해소하는 한편 10년 이내에 우리나라를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
부품과 소재의 세계적인 공급기지로 발전시키겠다는 야심적인 정책을
내놓았다.

과거 상공부 장관이 바뀔 때마다 내놓던 단골 메뉴이다.

그만큼 중요한 과제이고, 그럼에도 과거의 정책이 다 실패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반드시 열매를 맺어야 한다.

이 산업의 취약함 때문에 치르는 비용이 견딜수 없을 정도로 커졌기 때문
이다.

우선 기계류와 부품.소재 산업의 무역적자가 너무 크다.

지난 88년부터 98년까지 전체 무역수지 적자는 1백78억달러에 그친 반면
부품.소재.기계류의 적자는 무려 1천2백31억달러에 달했다.

그것도 대부분 대일적자이다.

완제품 수출이 늘어날수록 핵심 부품의 수입이 늘어나는 수입유발적인
산업구조의 탓이다.

수출증가로 인해 늘어난 수입액은 지난 해 5백7억달러로 수입유발도가
38.1%에 달한다.

이 비율은 96년 28.5%에서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부품.소재를 만드는 업체들이 대부분 다품종 소량의 주문생산에
의존하고 있어 50인 이하의 영세 중소기업이 전체의 90% 안팎이고, 조립
업체인 대기업에 수직적.전속적 형태로 종속돼 있어 자생력 또한 취약하기
짝이 없다.

기술력마저 신통치 못해 핵심부품은 수입에 의존하며 기껏해야 부가가치가
낮은 범용제품만 만들고 있다.

일본에 비해 가공이나 조립 기술은 80%로 비교적 높지만 시험평가 공정
설계 등 핵심기술은 고작 30~40%에 불과하다.

이러다보니 일본의 경제평론가가 한국 경제를 "일본에서 수입한 부품을
조립해 수출하는 저부가가치의 패스 스루(Pass Through) 경제"라고 혹평하기
에 이르렀다.

국내의 한 민간 경제연구소가 얼마 전 내놓은 보고서도 "최근 2년간 계속
되는 우리의 경상수지 흑자는 환율상승과 국내 수요위축에 따른 것으로,
수입을 대체할 수 있는 부품.소재산업을 키우지 않을 경우 오는 2001년부터
적자 기조로 반전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의 육성책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려면 과거의 실패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어려운 중소기업을 도와준다는 차원에서 한정된 자금을 골고루
나눠주는 방식을 지양하고, 될성부른 업체를 골라 집중 지원해야 한다.

산자부 계획대로 범국가적 과제로 추진하되 최고의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벤처기업처럼 특별법을 만들어 확실하게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해야 한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또다시 제 2의 외환위기를 맞지 않는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