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컴퓨터업계에서 델 컴퓨터(Dell Computer)는 경이로운 존재다.

이 회사는 주문형 데스크톱 PC를 인터넷을 통해 직접 고객들에게 판다는
획기적 전략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뒀으며 그 결과 최근 IBM을 제치고 미국
제2의 컴퓨터회사가 됐다.

98년에는 1백82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만일 어떤 사람이 93년말 1천달러를 투자해 이 회사 주식을 샀다면 98년말
그가 보유한 델의 주식가치는 10만3천5백달러에 달했을 것이다.

고객들이 원하는 명세에 따라 조립한 PC를 경쟁력 있는 가격에 파는
방식으로 성공신화를 일궈낸 델은 이제 똑같은 전략으로 노트북 PC시장을
공략하려 하고 있다.

그런데 노트북 PC는 부품들이 워낙 작아 데스크톱 PC보다 조립하기 힘들다고
한다.

그래서 노트북은 아직도 대만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대량생산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델이 이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까닭은 98년 노트북PC 평균가격이
2천3백30달러로 8.5%나 떨어지면서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유망한 고객층
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99년5월 델은 텍사스 오스틴 공장에서 노트북 컴퓨터를 생산하기 시작했는데
여기에서 나오는 모델들의 값은 1천9백99달러부터 시작한다.

이것은 비슷한 성능을 갖춘 델의 다른 제품 가격보다 약 20% 낮은 수준이다.

그만큼 델은 노트북PC 가격경쟁력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다.

델은 93년 노트북 생산을 중지한 이후 컴팩, IBM과 마찬가지로 그동안
아시아 회사들에 이 제품의 생산을 맡겨왔다.

따라서 델은 6년만에 다시 미국에서 직접 노트북 PC를 만들게 된 것이다.

델은 컴퓨터 제조의 많은 과정을 스스로 담당함으로써 원가를 줄이고 값을
내릴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예를들어 대만 등으로부터 반제품을 실어오는 비용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원료비가 1%가까이 내려갔다고 한다.

이 회사는 또 수리하기 쉽게 제품을 새로 설계함으로써 제품보증 비용을
낮추려고 애쓰고 있다.

노트북 PC 시장에서 델의 성공여부는 각 PC당 추가 운용비용을 얼마나
줄이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번에는 경쟁사들의 대응도 만만치 않다.

경쟁사들도 이제는 델처럼 노트북을 맞춤방식으로 생산하고 있으며 또한
제품모델이 적다는 델의 약점에 착안해 다양한 가격대의 여러 모델을 내놓고
있다.

일례로 컴팩은 중소기업, 일반소비자, 기업고객 등의 세분시장마다 각각에
맞는 별개의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가격은 1천4백달러부터 시작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그래서 델이 현재 2천5백~3천5백달러의 가격대에 있는
2~3개의 주력모델보다 더 다양한 구색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일 도시바는 맞춤생산의 비율이 아직 25%미만이지만 그 비율을 2000년에
50%로 높일 계획이다.

도시바의 노트북 상표는 테크라(Tecra)인데 이 회사는 98년에 이미
1천2백가지의 서로 다른 테크라 노트북을 공급했다고 한다.

이러한 경쟁사들의 움직임에 대해 델은 막강한 구매력을 이용한 구매원가의
절감, 제품개발 주기 단축, 제품및 디자인 차별화 등의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

< 유필화 성균관대 경영학부 교수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