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연구개발(R&D)담당 이충구 사장은 국내기업에서 정식 CTO
(기술담당책임경영자) 타이틀을 달고 있는 몇 안되는 사람 가운데 하나다.
그만큼 권한이 막강하다.
현대자동차만이 아니다.
기아자동차 R&D 부문까지 통합해 현대그룹 자동차부문의 R&D를 총괄
지휘하고 있다.
그의 R&D 인생은 현대자동차 역사와 같다.
서울대 공업교육학과를 졸업한 그의 입사연도는 지난 69년.
회사 설립후 2년이 채 안됐을 때다.
남의 모델을 들여다 조립해 팔던 시절이니 R&D의 개념조차 확립돼 있지 않던
시기다.
이 사장은 그 때부터 연구소에 터를 잡고 지금껏 한 우물을 파고 있다.
76년 처음 내놓은 고유모델 포니에서부터 올해 발표된 초대형 승용차
에쿠스에 이르기까지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차종이 없다.
그는 철저한 "독자기술" 신봉자다.
포니 개발당시 해외업체로부터 수많은 설움을 당한뒤 지금까지 한번도 잊은
적이 없는 원칙이다.
독자기술이 아니고선 선진 메이커로의 도약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91년 국내 첫 독자엔진인 알파엔진 개발,94년 국내 첫 1백% 독자모델인
엑센트 개발 등이 그 결과물이다.
합리적이고 부드러운 성격이지만 독자기술을 확보하는 일에는 불도저다.
EF쏘나타를 개발할 때의 일이다.
부하직원들이 뒷바퀴 서스펜션(충격완충장치)을 기존 것을 개량해
사용하자고 했다.
미쓰비시 기술이다.
독자개발을 주장한 사람은 이 사장 혼자였다.
멀티링크방식이어서 개발하기도 어려웠다.
그러나 결국 개발에 성공했다.
쏘나타가 1백% 독자기술로 태어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게다가 EF쏘나타의 서스펜션은 해외에서 경쟁차보다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다고 고집통은 아니다.
엔지니어들이 기술만을 고집하는데 반해 그는 영업부서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반드시 R&D에 반영한다.
팔리는 차를 개발한다는 얘기다.
그는 요즘 정신이 없다.
인수한 기아자동차 것을 포함해 모두 27종이나 되는 플랫폼(엔진 트랜스미션
등을 포함한 차체하부구조)을 7개로 줄이는 작업 때문이다.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첩경이다.
이 작업의 결과가 가장 큰 현대와 기아의 통합시너지 효과가 될 게
분명하다.
화석연료를 대체할 연료전지(fuel cell) 등 차세대 기술 개발에도 적극적
이다.
"감성품질"도 큰 관심사 가운데 하나다.
차량 자체의 품질은 기본이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만 봐도 "좋은 차"라는게 느껴져야 한다는 것.
소비자들이 5감을 통해 가장 좋은 차라고 느낄 수 있는 차를 개발하는 것이
그의 꿈이다.
< 김정호 기자 jhkim@ >
[ 이충구 사장 약력 ]
<> 1945년 충북 영동생
<> 1963년 경기고 졸업
<> 1967년 서울대 공업교육학과 졸업
<> 1969년 현대자동차 입사
<> 1985년 현대자동차 이사
<> 1993년 현대자동차 기술개발 담당 부사장
<> 1997년 현대자동차 자재보부장 부사장
<> 1996년 한국자동차공학회장
<> 1999년 현대자동차 연구개발담당 사장(현대.기아 통합연구개발본부 총괄)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