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명 : ''디지털시대의 파워엘리트''
저자 : 존 브록만
출판사 : 황금가지
가격 : 12,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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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 심리학 교수 티머시 리리는 96년 세상을 떠나면서 인터넷 방송으로
유언을 남겼다.

그가 던진 최후의 일성은 "왜 변하지 못하는가(Why not)?"였다.

60년대 히피문화의 대변자였던 그는 죽는 순간까지 지식계급의 각성을
촉구했다.

그가 미국인들에게 제안한 삶의 양식은 "눈을 뜨고 대열에 들어서서 낡은
시대를 떨쳐버려라"였다.

뉴밀레니엄 시대의 지식계급.

최근 "디지털 시대의 파워 엘리트"(황금가지, 1만2천원)를 낸 미국의 존
브록만은 이것을 "디제라티"라고 부른다.

디지털(digital)과 지식계급(literati)의 합성어다.

그들은 디지털 혁명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사상가이자 작가 실천가.

미래를 견인하는 사이버 엘리트라고 할 수 있다.

"디제라티"라는 신조어는 21세기 인문.사회과학의 핵심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 책에는 빌 게이츠를 비롯한 분야별 디제라티 33인의 인터뷰가 담겨 있다.

그들끼리의 평가와 전망도 곁들여져 있다.

등장인물은 현재의 디지털 세계를 만들어 왔고 앞으로도 새롭게 만들어갈
주인공들이다.

저자는 그들에 의한 기술혁명의 과정보다 그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저자는 이들의 성과와 미래 전망을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디지털 혁명과
인류의 삶이 어떻게 어우러지는가를 보여준다.

그가 이 책에서 강조하는 메시지는 "새로운 기술이 새로운 인식을 가져온다"
는 것이다.

지난 세기와 새 밀레니엄을 관통하는 명제는 역시 "사고의 변화"다.

저자가 이들 33인에게 붙여준 별명이 재미있다.

그들의 업적과 미래관이 함축돼 있기 때문이다.

그는 가상현실 분야의 선구자인 재론 래니어(VPL최고경영자)를 "신동"이라고
부른다.

웹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히는 테드 리언시스(아메리칸온라인
서비스 사장)는 "장사꾼"으로 칭한다.

루 터커(자바소프트 사장)에게는 자바를 전세계에 보급시킨 공로로 "전도사"
라는 별명을 부여했다.

데이브 와이너(데이브넷 운영자겸 소프트웨어 개발가)는 컴퓨터및 네트워크
업계에 관한 웹의 유력한 소식통이라는 점에서 "연인"이라고 이름 지었다.

지난달 비즈니스위크에 의해 "21세기 신경제를 주도할 25인"으로 선정된
스티브 케이스의 별명은 "정치가".

그는 미국 최대 온라인 서비스회사인 아메리칸온라인AOL를 설립해 회원
2천만명 이상을 끌어들인 재주꾼이다.

사이버 스페이스에서 활동한 최초의 정치인 존 페리 발로는 "코요테"로
불린다.

그는 밝은 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어둠 너머로 되비춘다.

그는 "콘텐트가 단순히 정보를 담는 그릇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데이터와 정보의 차이점을 설명한다.

기계장치의 도움으로 무수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것을
정보로 변환시키려면 인간의 사고를 통해 그 데이터를 처리하고 "의미"를
발견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화형 미디어업계 중역들의 연례회의 "스포트라이트"를 주관하고 있는
데니스 카루소는 "이상주의자"로 통한다.

산업의 역동성과 소비자의 욕구를 함께 이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사고방식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녀는 "분명히 앞으로 인터넷을 이용한 금융거래가 활발해질 것이며 산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처럼 디지털 형태로 주고받는 문화로 전환되면 사람들이 안심할
수 있는 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거래 자체의 수용여부가
논란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천재적인 소프트웨어 개발가 빌 게이츠에 대해서는 "귀재"와 "장사꾼"
이라는 이미지가 겹쳐진다.

그는 인터넷이 사람들의 세상보는 눈을 바꿨다는 것을 몸으로 실천한
인물이다.

그는 과거의 기술혁명이 40~50년 주기로 완성됐지만 인터넷 통신혁명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며 앞으로는 대다수의 사이트가 실제 세계와 가까운
3차원 환경으로 변할 것이라고 말한다.

평면적인 웹페이지도 애니메이션과 사운드 비디오를 갖춘 3차원 페이지로
바뀔 것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저자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선정된 33인의 리제라티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읽다 보면 곧 저자를 포함한 34인의 이야기라는 걸 알게 된다.

저자 역시 "커넥터"라는 별칭을 가진 리제라티다.

그는 컴퓨터와 인터넷의 신기술 혁명뿐만 아니라 그들의 철학을 통해 우리의
정체성과 미래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 책은 "두뇌21" 프로젝트 등 지식과 인간의 가치를 누누히 강조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21세기 지식계급의 진정한 역할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준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