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활자의 미래 ]

21세기에는 책에 대한 통념이 바뀐다.

책은 기호품이 아니라 생존에 필요한 정보원이다.

소설 시 같은 문예물은 다양한 멀티미디어와 결합된다.

활자는 하나하나의 기호보다 정보라는 이름 속에서 존재한다.

형태는 숨고 글자가 지니는 의미만이 이미지나 소리로 전달된다.

고전적인 의미의 종이책은 장식용으로 남는다.

자원 고갈과 환경보호 차원에서 종이의 원료인 펄프 가격이 엄청나게
인상된 탓이기도 하다.

작가의 개념도 바뀐다.

작가는 수요자의 요구에 맞추어 정보를 검색하고 분석한 뒤 줄거리를 구성
한다.

독자, 즉 정보수요자는 작가로부터 받은 정보를 소프트웨어를 통해 손쉽게
재가공하여 소유할 수 있다.

실용서의 경우는 데이터 분석용 소프트웨어 개발자나 정보 제공자들에 의한
데이터뱅크로 변한다.

얼마나 많은 자료로 정확한 분석과 예측을 가능하게 하는가가 실용서 승패
의 열쇠가 된다.

어린이 책은 게임 요소로 구성된다.

이 모든 경우에는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가미된다.

감정과 정보를 극대화하는 표현 방식에서 활자는 더 이상 환영받을 수 없다.

활자는 1차 텍스트의 정보로 남는다.

책(앞으로 무어라 불리게 될지 모르지만)은 무료로 공급된다.

책 속에 상업광고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전자책은 인터넷 같은 세계적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고 하이퍼텍스트로
이뤄져 있어 최신 정보를 실시간에 받아볼 수 있다.

단 이러한 부가적 기능에는 요금이 청구된다.

정보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책은 다른 정보와 수요를 위한 이정표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활자는 다른 정보로 통하거나 지시하는 상징으로서 일종의 아이콘 역할을
한다.

이로써 활자는 그것이 가진 의미뿐만 아니라 아이콘(활자)을 통해 연상하고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세계를 대표하게 된다.

고전적인 의미에서 활자의 모습은 감추어지겠지만 활자의 영역은 그만큼
확대될 것이다.

< 조정애 기자 jch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