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직원들의 내부 정보를 이용한 "뱃속 채우기"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공정한 입장에서 세금을 관리해야 하는 공공기관 직원들이 사전정보와
지위 등을 이용, 주식이나 부동산 투기를 하는 행태들이 최근 국감을 통해
대거 드러나면서 국민을 허탈케 하고 있다.

이들이 빼돌린 이익은 정당한 절차를 통해 다른 사회 구성원에게 배분
되어야할 몫이어서 많은 이들이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심지어 공공기관의 존재 이유에 대한 의문마저 제기하고 있을 정도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내부정보 보안과 정보유출 방지 등을 위한
감시기능을 강화하고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를 막을 방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국민연금관리공단 =1일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부에서 근무했던 직원 3명이 기금의 주식매수에 맞춰 개인적으로
주식을 거래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전 기금운용부 4급 직원 Y씨의 경우 지난 94년 국민연금 기금이 S건설주식
등을 매입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이 주식을 미리 사들이는 등 그해 6월부터
모두 14차례에 걸쳐 주식을 거래, 모두 1천9백28만원의 시세차익을 거뒀다.

또 다른 Y씨(2급)도 지난 93년 기금으로 사들일 예정이었던 S건설 주식을
개인돈 1천만원으로 미리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2급 직원 P씨는 지난 95년 7월 B사 주식을 3백36만원어치 사들인 다음
곧바로 기금자금으로 8만주(7억6천만원 상당)를 매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 대한주택공사 =대한주택공사가 좋은 조건을 내걸고 미분양 아파트
특별분양을 하는 과정에서 주공 직원들이 대거 분양에 참여, 사실상 이익을
독식했다.

지난 8월 서울 휘경.신림지구 아파트 특별분양 과정에서 주공직원들은
공고가 나기 1주일전에 정보를 입수, 한사람이 최고 7가구의 아파트를
분양받는 등 변칙거래를 했다.

휘경동 주공아파트의 경우 65명의 주공 임직원이 1백19가구의 아파트
계약에 참여했고, 신림지구의 경우 21명의 직원이 로열층 41가구를 특혜
분양받았다.

특히 주공은 8월13일 퇴직금 중간정산까지 실시하며 직원들의 계약금
마련을 도와준 것으로 알려졌다.

<> 국립공원관리공단 =자연을 보존해야 할 국립공원내 상가, 토지, 주택
등 1백여곳을 공원관리공단 직원이나 이들의 친인척이 소유한 채 여관이나
식당 등을 불법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더 나아가 공원내 경매정보를 이용, 부동산투기를 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공단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립공원내에 공단 직원 및 직원 가족이
소유하고 있는 상가 및 주택은 54곳, 토지는 49곳으로 총 1백3곳에 달했다.

또 공단직원들이 자신 및 가족소유 시설물을 불법으로 증.개축하는 일이
많아 민원발생이 잦은 것으로 나타났다.

<> 한국토지공사 =한국토지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토지공사 직원 14명이
수원 팔달.영통 지구, 고양.일산 지구, 파주.탄현 통일동산 등 토지공사가
조성하거나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한 땅을 내부 정보를 이용해 구입했다가
적발됐다.

특히 이들은 토지 부당구입 사실이 적발된 뒤에도 대부분 땅을 팔지 않고
6명은 여전히 토지를 보유하고 있으며 또 다른 4명은 명의만 변경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부정거래가 적발된 직원중 상당수는 지난해 3월과 지난 1월 자진퇴사
형식으로 퇴직했으나 토지공사는 나머지 직원들의 비위행위에 대해서는
감봉이나 견책 등 극히 가벼운 조치만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 장유택 기자 changy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