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준(54) 기획예산처 예산실장은 내년 예산을 짜면서 ''왕소금''이란는
별명을 새로 얻었다.

6척 거구의 충청도 양반이지만 예산을 편성하는데엔 소금처럼 짜다는 게
부처와 지자체들의 푸념섞인 평가다.

그래서 각 부처의 예산요구를 거절하느라 욕도 많이 먹었다.

장 실장의 역작인 새천년 첫예산, 이른바 "밀레니엄 예산안"이 지난 22일
선보였다.

그는 총선을 앞둔 내년 예산은 "선심용"이란 세간의 우려를 일축했다.

"내돈보다 더 귀한 세금을 한푼이라도 헛되게 쓸수 있겠냐"며 펄쩍 뛴다.

예산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장 실장이 예산업무에 입문한 것은 의외로 늦은 편이다.

행시 14회로 공직에 들어와 EPB(옛 경제기획원)에서 기획과 투자업무를
두루 거친 뒤 20년만에 예산실에 발을 디뎠다.

그러나 특유의 치밀함과 추진력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이어 국회 예결위 전문위원을 거쳐 지난 6월 50개 정부부처 1급 가운데
"꽃중의 꽃"으로 꼽히는 예산실장에 발탁됐다.

금의환향의 기쁨도 잠시 뿐이었다.

적자로 거덜난 나라살림이 그의 양 어깨를 짓눌렀다.

재정적자의 늪에서 조기에 탈출하라는 특명이 떨어졌다.

예산편성시즌 내내 짠내를 풍긴 것도 이 때문이다.

"예산실장으로 취임한 뒤 지난 4달동안 하루도 쉰 날이 없고 퇴근시간은
매일 자정을 넘겼죠"

그는 예산편성 작업이 끝나자 예산실 직원들에게 그동안 미뤄온 6일씩의
여름휴가를 모두 소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올들어 2차례 추가경정예산과 내년 예산안등 3차례에 걸친 예산편성에
기진맥진한 직원들에겐 달콤한 선물이다.

장 실장은 그러나 추석연휴중에도 사무실을 찾았다.

국회심의라는 산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예산은 짜는 것보다 쓰는 게 중요하다"는 그의 지론이 어떻게 실행될지
주목해볼 일이다.

< 유병연 기자 yoob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