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택 < 중앙대 교수 / 경제학 >

지난 주 가장 큰 뉴스는 대만의 대지진이었다.

21일 새벽에 발생한 지진으로 대만 경제는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한국경제신문에서는 추석연휴 직전인 22일,23일 연 이틀에 걸쳐 각각 4개면
씩을 할애하여 피해상황을 자세히 보도하였다.

또한 종합경제지답게 대만 강진이 한국산업과 주식시장에 미칠 파장, 특히
반사이익에 관해 심층 분석하였다.

전자, 유화, 화학섬유 업종을 중심으로 주식가격이 상승하여 대우 사태로
침체된 우리 주식시장이 다시 활력을 찾을 것으로 예상하였다.

과연 한경의 예측대로 64메가 D램 가격이 20달러선을 돌파하는 등 반도체가
격이 연일 급등하여 우리 반도체산업은 막대한 추가이득이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여러 면에서 우리와 닮은 이웃 국가의 재앙이 우리 경제에 보탬이
된다는 사실은 그렇게 유쾌한 일만은 아니다.

대만 사태에 따라 예상되는 반사이득에 관한 보도는 머릿기사로 다루기보다
는 우회적인 표현을 사용하여 조심스럽게 취급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편 전문가들에 따르면 한국도 지진위험권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지 못하다
고 한다.

그러므로 대만지진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한국에서 지진이 발생할 경우 예상
되는 피해와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 등에 관한 분석기사가 필요할
것이다.

마침 한경은 22일자 기획면에서 이를 집중보도, 독자들에게 시의적절하게
정보를 제공했다.

지난 20일자 한경의 5면에는 제일은행 매각에 따른 공적자금회수여부에
관한 해설기사가 실렸다.

자본금이 4조5천억원인 제일은행의 주식 지분 51%를 5천억원에 매각하니
너무 헐값이 아니냐는 비판이다.

여기에 매각후 2년간 발생하는 부실채권까지 정부가 책임지기로 했다.

정부가 여태까지 제일은행에 출자한 금액만도 5조7천억원이다.

따라서 뉴브리지캐피털측이 제일은행을 잘 경영해 주식가격이 10배 이상
올라야 정부는 출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금감위에서는 이만큼은 충분히 오를 수 있으니 크게 손해볼 일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론적으로 정부가 당장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은 뉴브리지캐피털이
공식적으로 인수한 직후 주식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으로 계산한 지분 49%
가치이다.

이 금액은 4천8백억원을 크게 웃돌 것 같지는 않다.

이 순간부터는 정부도 어느 투자자나 마찬가지로 이 돈을 제일은행에
투자하고 있는 셈이다.

10배 이상 오르면 공적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아무나
이때 제일은행 주식을 사면 10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과 같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정부가 투입한 공적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가를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 보인다.

우리 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제일은행 매각의 성공여부는 공적자금의 회수
여부로만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같은 날짜 한경의 사설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제일은행의 해외매각은
국제통화기금과의 약속이었다.

따라서 이를 실행한 것 자체가 해외투자자들의 우리 경제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데 일조한 것이다.

또한 제일은행의 해외매각을 계기로 관치금융이 종식되고 시장중심적
금융시장이 형성되어 금융의 선진화가 조기에 달성될 수 있다.

이를 가격으로 환산하면 제일은행에 투입한 7조원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 클
수도 있다.

즉 제일은행 매각이 성공적이었는가는 이와 같은 외부경제효과가 얼마만큼
크게 나타나느냐에 달려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월드투데이난을 통해 해외 전문가들의 혜안을 소개함으로써
경제지의 품격을 높이고 독자들의 경제지식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지난 21일자 이 난에는 일본의 경제평론가 오마에 겐이치 교수의 한국경제
비판에 대해 미국 MIT대학의 돈부시 교수의 반론이 실렸다.

오마에 교수는 지난 7월 사피오라는 경제평론지에 "한국정부의 대안없는
재벌해체와 IMF식 경제개혁은 한국의 산업기반을 무너뜨려 경제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여 우리에게 충격을 준 적이 있다.

이에 대해 돈부시 교수는 IMF식 경제개혁은 경제원리에 충실한 것으로
오마에 교수의 비판은 일본입장에서 접근한 평론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였다.

일본식모형과 같이 한국에서도 원재료에서부터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수직적
통합을 이루어져야 한다는 사고는 잘못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국은 과감한 개방을 통해 비교우위가 있는 부문에 특화함으로써 경제효율
을 증진시켜 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돈부시 교수의 이같은 지적은 국제무역이론이 제시하는 원칙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과감한 개방에 따라 주어질 도약의 기회, 즉 경영,
기술습득 등을 무리 없이 소화해 낼 능력이 있는지는 확신이 없다.

그렇지 못하다면 오마에 교수의 말대로 우왕좌왕하다가 기존의 경쟁력마저도
상실할 수도 있다.

국제 무역이론에서도 잠재적 비교우위가 있는 산업의 경우는 일정기간동안은
보호를 통해 경쟁력을 향상시킨 후에 대외개방을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한다.

우리 경쟁력과 기술 수준이 이 단계를 벗어난 부문이 얼마나 되는가는 우리
자신이 더욱 잘 알고 판단하여야 할 문제이다.

앞으로도 월드투데이 난에 우리경제의 진로 설정에 도움이 되는 해외전문가
들의 글이 더욱 많이 소개되기를 기대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