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규 < 대구대 교수 / 경영학 >

미국의 가스 수도기기 제조업체인 A P 스미스사는 지난 53년 프린스턴
대학에 1천5백만달러를 기부했다.

이 사실을 안 어느 주주가 "회사가 본업에 관계없는 교육사업에 기부하는
것은 주주에게 배당을 줄이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주주는 이익을 침해
당했다"고 법원에 제소했다.

이런 기부행위가 합법인가 위법인가 하는 재판은 뉴저지주 최고법원까지
올라갔다.

세월이 어느 정도 흐른 뒤 최고법원은 이 기부가 합법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물론 지금도 기업은 본업인 영리사업과 무관한 기부행위를 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있다.

그 대표적인 논객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밀턴 프리드먼이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기업이 공익사업에 제멋대로 기부하는 것은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
이자 배임행위이다. 공익사업에 대한 지원은 정부의 몫이지 기업의 몫은
아니다"

이런 법률적.경제적 논의가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에는 암묵리에 기업의
사회공헌과 봉사활동을 부정하는 기업들, 그리고 일반 시민들이 여전히 많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세계의 조류에 뒤떨어진 발상이다.

우리는 어려운 사람을 남몰래 도와주는 "음덕"을 강조한다.

자신이 행한 선행이나 자원봉사 활동을 떠들고 다니는 것도 썩 좋은 일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감출 필요까진 없는 것이다.

자원봉사활동에 "양덕"의 자세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악의를 속에 감추고 있지 않는 한 선행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분명히 밝히는
편이 좋다.

그래야 선의를 받는 측도 안심하고 받을 수 있고 인사를 할 상대를 애써
찾지 않아도 된다.

자원봉사활동과 비슷한 용어로 자선활동(charity)이 있다.

그러나 그 의미는 다르다.

자선활동은 부자가 가난한 사람에게 물건이나 돈을 베푼다거나, 우월한 자가
열등한 자에게 "측은한 마음으로 베푼다"는 어감이 강하다.

그 반면 자원봉사활동은 그러한 계층이나 계급의 우열을 전제로 하지않는다.

대등한 동포애 또는 우애에서 나오는 행동, 그리고 "사회에 보답한다"는
겸손의 느낌이 강하다.

IBM의 사회공헌당담 책임자인 제임스 퍼켈은 "사회문제의 해결이라는 관점
에서 볼 때 자선활동은 소극적, 자원봉사활동은 적극적인 뉘앙스를 품고
있다"고 말한다.

신대륙을 찾은 1백2명의 청교도는 북미대륙에 상륙하기 직전 다음과 같은
맹세를 했다.

"이 신대륙에 오른 뒤 우리는 뿔뿔이 흩어져 각각 다른 길을 걷게 될
것이다. 그러나 서로 어디에 있든지, 얼마나 성공하든지, 이 새로운 사회를
위해 우리의 시간 땀, 그리고 수입의 일부를 바치도록 하자"

미국에는 퍼센티지클럽(Percentage Club) 혹은 기빙클럽(Giving Club)이라
불리는 기업친목단체가 있는데 중소기업들도 많이 참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세전 이익의 10% 범위내에서 공익활동에 대한 기업의 기부를
면세받는다.

그렇지만 세전 이익의 10%를 다 채우는 기업은 드물다.

기껏 해야 1~2%이다.

그래서 기업이 서로 격려하고 그 비율을 높이기 위해 결성한 것이 퍼센티지
클럽이다.

구체적으로 "2% 클럽" "3% 클럽" "5% 클럽"이 있고 참가한 기업들은 목표액
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운동은 영국에도 도입되었는데 영국에서는 "1%클럽"이 주류다.

일본에서도 경단련의 제창으로 1989년 11월에 개인을 대상으로 한 "1%클럽"
이 결성되었고, 다음해 12월에는 법인회원을 포함한 "1%클럽"이 정식 발족
했다.

참가 동기가 어쨌든 그것을 계기로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 좋은 일이다.

기업은 지역사회의 시민이다.

미국에서 라이온스.로타리.JC.각종 환경단체 등 제3섹터(민간단체)가
고용하고 있는 직원은 약 8백만명으로 이것은 미국 총노동인구의 7%에
상당한다.

뉴욕시의 공무원이 40만명인데 비해 뉴욕의 제3섹터 직원은 30만명으로
지방정부와 맞먹을 정도이다.

인간은 누군가의 강압에 의해 무엇인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도전하고, 목표를 달성하고, 그것이 평가되고 혹은 감사받음으로써
보람을 느끼는 것이다.

자원봉사자가 받는 보수는 "감동"이다.

감동이란 "삶의 보람"바로 그것이다.

위기위인, 즉 남을 위해 하는 일은 결국 자신을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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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약력

=<>서울대 경영학과
<>경북대 경영학박사
<>미국 보스턴대 교환교수
<>저서:경영정책론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