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북경제제재 완화조치로 미국과 북한은 한국전쟁 이후 50여년간
비정상적이었던 관계를 "정상화"시키는 첫 디딤돌을 마련했다.

이번 조치는 크게 <>수출 <>금융 <>투자 <>항공기.선박의 4개 분야로 나눌
수 있다.

무기 등 "민감한 물자"를 제외한 거의 모든 소비재 교역이 사실상 가능해
졌다.

이에 따라 우선적으로 <>북.미간 교역확대 <>미국기업의 대북투자 <>교포
기업의 대북투자 등이 기대된다.

그러나 미국의 이번 제재완화 조치가 북.미간의 보다 진전된 "관계 개선"
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는 전적으로 북한측의 태도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번 발표를 통해 "북.미관계개선"에 대한 공개적인 입장을 밝힌
셈이다.

따라서 이제 공은 북한으로 넘어갔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이 미국의 제재완화조치에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모라토리엄)선언
등으로 화답할 경우 북.미간 관계개선은 급류를 탈 것이 틀림없다.

그 1차적인 잣대는 내달중 열릴 것으로 보이는 북.미 미사일 회담과 고위급
회담이 될 전망이다.

<> 북한경제에 미치는 영향 =이번 제재완화조치는 정치.외교적으로 상당한
"상징적"의미가 있다.

그러나 당장 북한경제에 실질적 이득을 가져다 줄 것 같지는 않다.

이는 현재 북한이 처한 경제상황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북한입장에선 미국과의 교역이 허용된다 하더라도 거래할 만한
물품이 많지 않다.

미국 시장에서 북한의 공산품이 경쟁력 있을 리 없고, 북한 역시 미국
상품의 구매를 늘릴만한 "달러"여력이 없다.

단 미국산 잉여농산물 수입이 허용되면 북한의 식량난 해소에는 다소간
도움이 될 수 있다.

투자 측면에서도 북.미간 투자보장협정이 체결돼 있지 않은데다 투자를 위한
기초적인 인프라 시설이 미비해 미국기업들의 대북투자를 기대하기는 아직
이르다.

수익성 원칙에 철저한 미국기업들에게 단기이익이 불투명한 대북투자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일부 미국내 교포기업들의 경우 "기반"을 말련한다는 차원에서
제한적 대북투자에 나설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남북관계개선에 미치는 영향 =미국의 제재 완화조치는 장기적으로 경협
활성화 등 남북관계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유럽이나 일본 등 여타 국가들도 대북교역에 보다 활발히 나설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

북한과의 물품왕래가 자유로워져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교역을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같은 해빙무드를 경협활성화 등에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북.미간의 관계개선이 당국간 대화 등 남.북관계 개선으로 직결될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단기적으론 남북관계개선에 악재로 작용할 우려도 있다.

북한이 "통미봉남정책"을 유지하는 한 미국과 가까와진다고 해서 남북관계의
급진전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단 경제분야에서 외국기업들이 대북투자에 나설 경우 한국기업들을 파트너로
선택할 가능성은 높다.

북한은 여전히 투자위험도가 높은 시장이고, 외국기업입장에선 이같은
리스크를 줄이기위해 한국기업을 "동반자"로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

결국 한국기업들이 대북투자의 "우회기지"로 부상하고, 이는 곧 남북 경협의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 이의철 기자 eclee@ >

[ 미국의 제재완화조치 및 미해제조치 비교 ]

<> 완화되는 경제제재

.대부분의 북한상품 및 원자재 수입
.미국회사와 외국내 자회사를 통해 수출되는 소비재상품 및 금융서비스
.''민감하지 않은'' 물자투입
.농업, 광업, 도로, 항만 등 대북 SOC투자
.여행.관광분야 투자
.북한인에 대한 미국인의 송금
.미국.북한간 상업항공기 운항
.''민감하지 않은'' 화물의 북한수송

<> 현상태로 남는 제재조치

.미국 군수품 목록에 포함된 상품 및 기술수출 금지
.이중용도로 사용가능한 상품 및 기술수출 금지
.수출입은행법에 따른 원조금지
.국제금융기관의 대북차관 지원금지
.대미 수출품에 대한 관세면제 금지
.재무장관의 승인 받지 않은 미국인과 북한정부간 금융거래 금지
.전리품의 이전 금지
.북한의 특정실체와 미국 정부간 계약체결 금지
.미국내 동결자산에 대한 청구 금지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