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금융대란설로 대변되는 금융시장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해 정부가 또
금융안정대책을 내놓았다.

관계부처 장관들이 경제정책 조정회의를 열고 2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기금 조성, 채권시가평가제 유보검토, 투신사 영업기반 확충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금융시장 불안요인 해소대책"을 발표한 것이다.

금융불안이 심각한만큼 관계당국은 이번 대책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수
있도록 채권시가평가제 유보를 중심으로 후속대책 마련을 최대한 서둘러야
할 것이다.

이번 금융안정대책이 나오게 된 직접적인 배경은 지속적인 금리상승과
채권시장 마비 때문이다.

그 밑바탕에는 대우사태로 인한 투신사의 자금난과 금융시장 불안심리가
깔려 있다.

대우사태 이후 자금난을 겪고 있는 투신사들은 보유채권을 내다 파는데 비해
상대적으로 자금사정이 좋은 은행이나 보험사들은 채권매입을 꺼려 채권거래
가 사실상 마비된 상태다.

이때문에 장기금리인 회사채 유통수익률이 올들어 최고수준인 연 10.82%까지
올랐고 장.단기 금리격차도 사상 최고치인 6%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졌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대우채권이 편입된 수익증권 환매범위가 그동안의
50%에서 80%로 확대되는 오는 11월10일 이후 대규모 환매사태가 일어나
가뜩이나 취약한 금융시장에 결정타를 날린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되면 가까스로 외환위기를 벗어난 우리경제가 또한번 심각한
금융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게 된다.

이번 대책은 이같은 최악의 사태를 막자는 것인데 문제는 효과가 어떻냐는
점이다.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채권매입 기반을 확충하고 금융불안의 1차 진원지인
투신사 경영안정에 상당한 도움이 되겠지만 그러자면 구체적인 후속조치가
필요하다.

즉 채권시장 안정기금 조성방법과 시기를 빨리 확정해야 하며 금융기관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해내야 한다.

특히 기존 공사채형 펀드의 본격적인 환매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IMF와
협의해 채권시가평가제를 유보하는 일이 필수적이다.

만일 1백80조원에 이르는 기존 공사채형 펀드의 환매사태를 진정시키지
못할 경우 다른 방안은 너무나 무력하기 때문이다.

채권시가평가제를 통해 투신사의 부실화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정책취지는 좋지만 당장 발등의 불인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당분간
채권시가평가제를 유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번 대책이 금융시장을 안정시킨다 해도 이는 단지 대우사태
해결이라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하기 전까지 잠시 시간을 버는 것일
뿐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