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20조원에 달하는 채권시장안정기금 설립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는 자금여유가 있는 은행과 보험사들에게 안정기금 1차분 10조원을
만들어 내라고 요구하고 있다.

20일께엔 각 금융기관별로 구체적인 출자할당액이 떨어진다.

금융감독원은 각 은행과 보험사의 <>경영지표 <>자산규모(수신) <>자금사정
<>수익증권 환매액 등을 토대로 출자액이 배분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형은행의 경우 예금이 많이 늘고 수익증권을 많이 환매해 갔으면 안정
기금에 5천억원이상 낼 각오를 해야할 판이다.

은행들은 내심 탐탁치 않아하는 분위기다.

은행들은 자금사정에 여유가 있긴 하다.

지난 8월의 경우 실세총예금이 13조5천억원 늘었으며 이달들어선 지난
15일까지 7조2천억원 증가했다.

문제는 이들 자금이 대부분 단기예금이라는 점이다.

은행 입장에선 단기예금으로 장기채권을 사야 하는 것이다.

자산운용에서 만기불일치(미스매치)는 금기사항에 속한다.

은행들이 쉽사리 이를 감수할지 의문이다.

한화증권 임찬익 채권팀장은 "만기불일치는 자칫 금융기관의 채권매수
여력을 더 갉아먹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시중자금은 요즘 오갈곳을 찾지 못해 이리저리 떠돌아다니고 있다.

이른바 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 현상이다.

부동화된 자금은 조그마한 외부충격에도 쉽게 흔들린다.

상황에 따라선 순식간에 은행에서 이탈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은행들은 이를 두려워한다.

한빛은행 윤훈혁 투자금융부장도 "기금설립 이후 은행의 자발적인 채권
투자가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은행 일각에선 "은행이 채권시장 안정기금에 돈을 낸 만큼 한국은행에서
돈을 지원해 줘야 한다"는 주장도 펴고 있어 난관이 예상된다.

그러나 한은은 시중유동성이 부족하지 않도록 충분히 지원하겠다는 입장만
거듭 밝히고 있다.

국채인수나 기금조성등 특별안 사안에 대해 돈을 풀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관계자들은 또 채권시장안정기금이 시장논리가 아니라 종전의 증시안정기금
처럼 정부의 입김에 따라 운용될 경우 금융기관의 경영에도 적지 않은 부담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 오형규 기자 ohk@ 이성태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