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의 해외 채권단에도 국내 채권단과 동등한 원칙과 자격을 주고
워크아웃을 투명하게 진행하겠다"

13일 오전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기관장회의가 끝난뒤 오호근 기업구조조정
위원장이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이 말을 액면대로 보면 지극히 당연한 얘기가 되고 만다.

대우 워크아웃을 결정한 이후 여러차례 강조한 대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날 은행장과 투신사 사장이 합의한 내용은 이런 원칙에 그치지
않았다.

그동안 우리 정부가 해외채권단에 들어줄수 없다고 거부했던 조건을 번복
했다.

대우가 내놓은 10조원어치의 담보를 해외채권단에도 나누어 줄수 있는 길을
터준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해외채권단의 요구를 일축했었다.

이때도 해외채권단과 국내 채권단을 동등하게 대우한다는게 정부의 논리였다

정부는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논리를 내세웠으나 결과는 정반대가 되고
말았다.

이는 대우문제를 다루는 정부의 솜씨가 노련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기에 충분했다.

그동안 정부는 대우의 해외채권단 문제를 "뜨거운 감자"로 여기면서 정면
해결을 피해왔다.

그결과 대우문제 해결에 대해 해외채권단들의 불신을 증폭시켰고 급기야
소송사태와 다른 기업에 대한 여신축소로까지 불길이 번졌다.

정부는 서둘러 해외채권단을 달랠 처방을 내놔야 했다.

채권단은 대우 계열사와 김우중 회장이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는
조건으로 내놓은 10조원어치의 담보를 계열사별로 돌려준뒤 금지원액에 따라
담보를 재분배하기로 했다.

새로 자금을 대주지는 않지만 만기연장을 해주는 조건으로 해외채권단은
4조원의 일부를 담보로 챙길수 있게 됐다.

10조원의 공동담보를 계열사별로 나누기로 한 이유는 간단하다.

상대적으로 우량기업이 부실기업에 자산을 담보로 내놓아 우량기업의
자산가치마저 떨어뜨리는 건 말도 안된다는 게 해외채권단들의 주장이다.

정부와 국내 채권단은 이런 해외채권단의 주장에 동의했다.

이런 정부의 결정을 꾸짖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매듭을 풀기위해 나선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주도적이 아니라 해외채권단의 압력에 밀린듯 해서 모양새가 안좋게
됐다.

보다 일관성있고 준비된 대응이 아쉽다.

< 박성완 경제부 기자 ps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