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가 유엔의 평화유지군 파병을 수용했다.

이 여파로 하비비 대통령이 실각위기에 처하는 등 인도네시아 정국은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또 S&P가 인도네시아의 외화표시 차관 신용등급을 ''신용감시'' 대상으로
분류해 경제상황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평화유지군을 빠른 시일내에 동티모르에 파견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인도네시아 집권 골카르당은 하비비 대통령이 동티모르 사태에 제대로
대응치 못했다고 주장하면서 노골적으로 반감을 표시하고 있다.

아크바르 탄중 의장은 "당 간부들은 하비비 대통령에 대한 차기대통령 후보
지명을 철회할 지 여부를 협의중"이라며 "이 문제에 대한 당 지도부의 최종
결정은 다음달 18일 열리는 당대회에서 공식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협의 결과에 대한 구체적인 전망을 회피했으나 "대중의 압력"을 받고
있다고 말해 대통령 후보 지명 철회문제가 집권당 내부에서 상당히 심도깊게
거론되고 있음을 내비쳤다.

하비비에 대해서는 "인도네시아판 미하일 고르바초프"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소식통들은 "권력의 중심이 군부로 넘어가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오는 11월 최고입법기구인 국민협의회(MPR)에서 간접 선거로
차기대통령을 뽑는다.

혼미한 내부상황과 관련 S&P는 "IMF나 세계은행 파리클럽 등으로부터의
자금지원이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며 인도네시아의 신용등급을 신용감시
대상으로 분류했다.

S&P는 장기차관에 대한 등급은 CCC, 단기차관 등급은 C로 계속 유지하지만
채권단의 지원이 중단될 경우 하향조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3일 이사국 회의를 소집, 파병결의안을
채택키로 했다.

안보리 관계자는 "인도네시아가 수용거부 방침을 철회했기 때문에 파병
승인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평화유지군의 모집과 배치에는 보통 수개월이 걸리지만 안보리의
승인만 떨어지면 즉각 배치될 수 있다.

평화유지군은 호주와 아세안국가들을 중심으로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4천5백여명의 병력파견의사를 밝힌 호주는 이와 관련, 평화유지군의 배치
에는 대략 1주일 정도가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존 무어 국방장관은 "호주군이 다른 국제군보다 먼저 배치될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주력부대는 72시간내에, 일부 부대는 24시간내에 현지에 투입할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뉴질랜드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에
참석중인 아.태지역 외무장관들은 동남아국가연합(ASEAN)이 유엔 평화유지군
의 핵심역할을 맡는 데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세안 회원국중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태국등은 이미 평화유지군
파병방침을 밝혀둔 상태다.

회원국 내정에 간섭하기를 꺼려온 아세안이 평화유지군에 참여키로 한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APEC회의에 참석중인 기난자르 카르타스미타 인도네시아 경제장관도
"인도네시아는 아세안이 주축이 된 평화유지군 편성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은 평화유지군 파병과 관련,병참과 수송등 일부 보조적인 역할만
수행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샌디 버거 미국 백악관 안보담당보좌관은 "미국은 병력수송을 위한 항공기
제공과 통신 정보부문등에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대규모 지상군
파견은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 김재창 기자 char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