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소프트웨어는 뛰어난 엔지니어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디자이너의 톡톡튀는 손길이 닿을 때 비로소 숨을 쉬는 완성된 소프트웨어가
탄생됩니다"

살아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일.

바로 나모인터랙티브의 이미령(27) 디자인팀장이 하는 일이다.

"소프트웨어 회사에 엔지니어만 있으면 되지 웬 디자이너?"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한가지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소프트웨어는 기계가 아닌 "사람"이 사용한다는 사실이다.

사람이 쓰는 만큼 디자인적인 요소가 큰 역할을 차지한다.

사용하기 쉽고 보기도 좋아야 한다.

따뜻한 감정을 가진 인간과 차갑게 계산만하는 소프트웨어 사이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이 디자이너들의 몫이다.

이 팀장이 이 회사에서 하는 일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소프트웨어 디자인은 기본이고 홈페이지 디자인, 클립아트 제작, 전시회
계획, 팜플렛 제작, 인쇄매체 광고제작 등 셀 수도 없을 정도다.

이 팀장이 개발에 참여한 나모웹에디터는 국내에서 가장 인기있는
소프트웨어로 손꼽힌다.

최근 미국 일본 프랑스 독일 등에 수출돼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달 회사가 서울 강남으로 이사를 하면서 인테리어까지 맡았다.

회사에서 없으면 안될 살림꾼이다.

이 팀장은 이력이 특이하다.

이화여대 수학과를 졸업했다.

어릴 때부터 미술에 관심이 있었지만, 고등학교때까지는 자신에게 숨어
있는 "끼"를 발견하지 못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곧바로 디자인대학원에 들어갔다.

본격적으로 디자인 수업이 시작된 것.

대학원에서 인터넷과 소프트웨어 디자인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 팀장의 졸업논문 제목은 "참여를 유도하는 인터넷 광고전략에 대한
연구"였다.

국내에서 막 인터넷이 싹트던 무렵에 이미 이 팀장은 인터넷이 가져올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미령 팀장은 신세대 주부다.

도저히 주부라고 믿어지지 않는 앳된 얼굴이지만 틈만 나면 8개월된 아들
사진을 들이밀며 자랑해 대는 어쩔 수 없는 아기 엄마다.

그는 커리어우먼, 신세대 주부, 한 아이의 엄마, 한 남자의 아내 그리고
며느리라는 5사람의 몫을 거뜬히 해내고 있다.

남들의 5배를 살고 있는 이미령 팀장.

그는 또 "나모웹에디터를 세계에서 가장 디자인이 뛰어난 소프트웨어로
만들고 말겠다"는 당당하고 욕심많은 신세대 여성이다.

< 김경근 기자 choic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