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은 일본 전후세대의 대표작가 아베 고보의 "친구들"을 15~24일
국립극장 소극장 무대에 올린다.

루쉰의 "아Q정전 ", 월북작가 함세덕의 "무의도 기행"에 이은 "한중일
동양3국 연극 재조명 시리즈"의 세번째 무대.

이번 공연은 일본 전후세대의 기수인 아베 고보의 작품세계를 국내에
소개한다는 데 의미가 크다.

아베 고보는 "일본의 대표적 작가이면서 가장 일본적이지 않는 작가"로
통한다.

그는 1951년 일본 최고의 문인상인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하는 등 미시마
유키오와 함께 전후세대의 양대산맥을 이뤄온 작가다.

그러나 그는 일본의 전통을 강조한 미시마 유키오와 달리 전통에 대해
철저히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했다.

"나는 사쿠라가 예쁘다고는 생각하지만 좋아하지는 않는다"는 말처럼 그의
작품속에는 일본적 정서에 대한 생래적 거부감이 담겨있다.

이처럼 일본적 정서를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블랙코미디스타일의 그의
작품은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호평을 받았다.

국립극장 무대에 오르는 "친구들" 역시 휴머니즘을 비꼬는 블랙코미디.

그는 "개인을 말살시키는 집단의 힘"을 통해 어설픈 휴머니즘과 선의가
개인을 죽이는 흉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독신남자가 혼자 살고 있는 아파트에 어느날 밤 일가족 9명이 들어닥친다.

얼떨결에 일가족을 집안에 들여놓은 남자는 그들을 내쫓으려 하지만
일가족은 막무가내로 집안을 휘젓고 다닌다.

그들은 남자에게 혼자사는 외로움을 덜기 위해 자신들과 가족이 되자고
제안하며 사랑의 손길을 내민다.

친절함으로 포장한 폭력적 상황 아래서 무기력해지는 남자는 그들의 제안을
감히 거부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자신만의 공간을 박탈당한채 내면의 억압이 극에 달한 남자는 숨이 막혀
점점 죽어가는데...

차범석 역, 임영웅 연출, 김석훈 한희정 박상규 등 출연.

평일 오후 7시30분, 토.일 오후4시, 7시30분.

(02)2274-3507

< 김형호 기자 chs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