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예산처가 내놓은 ''내년도 예산편성 기본방향''을 보면 정부가 적자재정
문제에 대해 너무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걱정을 지울수 없다.

외환위기 이전에 비해 국가채무가 2배 가까이 늘어났고 보증채무까지 합하면
올연말쯤엔 2백조원이 넘을 전망이다.

나라빚이 인구 1인당 5백만원이 넘게 된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내년 선거를 의식해서인지 예산 씀씀이가 헤프고 세수전망도
지나치게 낙관적인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우리경제가 지속적인 회복세를 타려면 무엇보다 먼저 정부가 균형재정 회복
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물론 정부도 겉으로는 재정의 건전성 회복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는 재전운영의 초점을 경기회복과 실업축소에 둔데 비해
내년에는 재정규모를 올해보다 5%정도 늘어난 93조원으로 억제함으로써
국내총생산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올해의 4%에서 3.5%로 줄이고 일반회계
적자보전용 국채발행 규모도 올해보다 1조원이상 줄어든 11조5천억원으로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기는 하다.

이같은 정부의 의지표명이 미덥지 못한 까닭은 예산지출이 방만한데다
낙관적인 세입전망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무원 봉급인상, 생산적 복지대책, 서민가계 지원, 지방경제 활성화
대책 등 내년 선거를 의식한 지출이 많다는 사실은 큰 문제다.

어제부터 시작된 당정협의 과정에서 이런 종류의 지출이 더욱 늘어날 것
또한 분명하다.

국회 예산심의도 미덥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국회는 정부의 동의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항의 금액을 증가
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는 헌법 제57조의 규정이 있지만 국회의
계수조정 과정에서 선심성 예산이 늘어난 경우가 결코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록 정부계획대로 오는 2004년까지 균형재정을 달성한다 해도 엄청나게
불어난 국가채무에 따른 재정압박은 상당기간 계속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재정적자는 이미 위험수위에 달한 물가불안을 자극할 가능성이 크며
대규모 국채발행은 금리상승을 부채질하고 민간기업의 자금조달을 어렵게 할
것이 분명하다.

정부는 재정의 건전성 회복을 위한 제도적인 장치를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먼저 세계잉여금을 국가채무 상환에 우선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예산회계법 47조의 임의규정을 강제규정으로 바꿔야 한다.

또 연차별 재정적자 한도를 설정하며 일정규모 이상의 세수감소나 세출
소요를 발생시킬 경우 반드시 재원대책도 함께 수립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