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복 전 조폐공사 사장은 26일 국회 청문회에서 진형구 당시 대검공안부
장으로부터 임금삭감 대신 구조조정을 하라는 압력을 받았다고 시인했다.

그러나 조폐창 조기 통폐합은 인건비 절감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구조조정 방안의 일환으로 이전부터 검토하고 있었다며 회사차원의 결정
이었다고 밝혔다.

즉 진씨가 압력을 행사, 구조조정 대신 인건비 절감안을 관철시키려 했던
당초 방침을 바꾸긴 했지만 진 전 부장이 직접 조기 통폐합을 유도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파업유도 사실도 진 전 부장의 취중발언 이후에 알았을 정도로 이
사건과 관련해서는 "주연"이 아니라 "조연"에 불과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그러나 이는 "진 전 부장이 조폐창 통폐합이란 정부 방침을 무리하게 앞당겨
전격 시행토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와 차이가 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강 전 사장은 또 대검과 대전지검, 국정원 등에 정기적으로 노사문제 현황
등을 보고했다고 밝혀 이들 기관의 개입여부가 청문회의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 조폐창 조기통폐합 결정 배경 = 의원들은 청문회에서 조폐창 조기통폐합
을 결정할 경우 노조의 파업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이를 강행한 것은
파업을 유도하기 위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강 전 사장은 그러나 99년부터 공개 경쟁입찰이 시행되는 등 공사의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 상황에서 임금삭감에 대한 합의까지 이뤄지지 않아 조기 통폐
합은 불가피했다고 해명했다.

지난해 8월 미리 공사가 조기통폐합 방안을 준비한 것도 인건비 절감안에
대한 노사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것에 대비해 준비작업을 한 것이라고 설명
했다.

강 전 사장은 이 과정에서 진형구 전 부장으로부터 임금삭감을 포기하고
구조조정 문제를 노조와 협상하라고 압력을 받았고 이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직장폐쇄과 관련해 진 전 부장에게 협조를 요청했고 공권력 투입과
관련한 언질도 받았다고 밝혀 법률적 책임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 공안기관 청와대 등의 조직적 개입 의혹 = 강 전 사장은 대전.청주지검
과 국정원 등에 미리 보도자료를 보내는 등 통상적 정보보고를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의원들은 검찰의 조직적 개입 의혹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주장
했으나 강 전 사장은 이를 부인했다.

한나라당 김재천 의원은 "아무리 친한 사이라 하더라도 진형구 전 대검공안
부장과 단 두번의 만남을 통해 파업유도 공작을 모의했다는 검찰 발표는
믿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어 공기업 구조조정 회의에 당시 김태동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이 참석하는 등 청와대 개입 의혹이 있으며 대검은 물론 대전지검과 안기부
등도 공안대책협의회 등을 통해 조직적으로 파업유도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
했다.

이에 대해 강 전 사장은 대전지검 등과 자주 접촉한 것은 당시 고소고발
등으로 업무협조가 필요했기 때문에 이뤄진 것으로 통상적 활동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또 기획예산위도 파업유도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강 전 사장이 관련기관에 정보보고를 했다는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보고 내용과 이들 기관의 행태에 대한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 정태웅 기자 redael@ 김남국 기자 nkkim@ >

[ 파업유도의혹 관련일지 ]

<> 98. 4.21 강희복 사장 부임
7.15 사측 인건비 50% 삭감 합의 요구
8. 1 인건비 지급중단
8. 4 기획예산위, 공기업 구조조정 확정
9. 1 직장폐쇄(공안대책협의회)
9.15 대전지역 공안대책협의회
9.18 공안대책협의회
9.24 직장폐쇄 철회
10. 2 조폐창 조기통합 결정통보
10.10 통합관련 1차 이사회
11.18 통합관련 2차 이사회
11.25 노조대의원 전원 고소
12.11 통합반대 파업돌입
12.15 옥천 조폐창 직장폐쇄
12.19 경산 조폐창 직장폐쇄

<> 99. 1. 7 옥천창 공권력 투입
6. 7 진형구 전 공안부장 파업유도 발언
7.20 검찰특별수사본부 구성
7.28 진씨 구속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