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방.불.명.그가 죽었다고 믿는 건 그를 배반하는 거나 다름없다.
그는 단지 부상을 입고 추락했겠지. 그래서 농가 어디에선가 치료받고
있겠지..."

55년전 생 텍쥐페리(1900~1944)가 비행도중 행방불명됐을 때 그의 절친한
친구인 레옹 베르트(1878~1955)는 일기에 이렇게 적었다.

그는 "어린 왕자""인간의 대지"로 유명한 생 텍쥐페리와 두터운 우정을
나눴던 문필가다.

생 텍쥐페리도 베르트에 대한 경외심을 작품 곳곳에 드러내고 있다.

그는 "레옹 베르트는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친구다.
그를 만나기 오래 전부터 그의 글을 읽어온 나로서는 정신적으로 큰 빚을
지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들의 우정은 최근 출간된 "생 텍쥐페리에 대한 추억"(양영란 역, 끌리오)
에 잘 나타나 있다.

이 책은 "어린 왕자"와 "인간의 대지"를 헌정받았던 베르트가 친구에 대한
잊을 수 없는 추억을 기록으로 남긴 것이다.

베르트는 일기 편지 산문 사진 등을 엮으며 먼저 세상을 떠난 생 텍쥐페리를
그리워하고 있다.

나이 차이와 상황의 변화에 상관없이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이 따뜻하게
그려져 있다.

베르트가 생 텍쥐페리를 만난 것은 1931년 무렵.

그가 스물두 살이나 많지만 둘의 우정은 깊고 애틋했다.

베르트는 "내 유일한 걱정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인간의 대지"를 챙겨야
한다.

이 책이 호화 장정이어서가 아니라 생 텍쥐페리가 내게 선물한 것이기 때문
이다"며 각별한 애정을 보냈다.

그는 생 텍쥐페리 부부와 친구들, 자신의 아들이 함께 찍은 35~40년의
사진도 정리해 이 책에 담았다.

생 텍쥐페리가 행방불명된 지 4년만에 발간된 미완의 유작 "성채"에
대한 촌평도 15개의 소주제로 나눠 묶었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