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신현림(38)씨가 산문집 "희망의 누드"(열림원)를 내놓았다.

시로 다 쓰지 못한 삶의 표정들을 아름다운 글과 사진으로 빚어낸 것이다.

그는 "누드"라는 말을 좋아한다.

모든 허위의식을 벗고 5월의 싱그러운 풍경속으로 들어가 희망의 씨앗을
파종하는 모습과 닮았기 때문이다다.

그래서 이 책에는 가식없는 세상을 꿈꾸며 솔직하고 건강하게 살려는
소망이 함뿍 담겨 있다.

대학원에서 사진을 공부하고 있는 그는 생의 진실한 순간을 포착한
영상과 음악의 황홀경 속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그 길섶에는 지독하게 권태로웠던 자신의 청춘과 고독, 가난했던 시절의
추억, 책읽는 즐거움, 주변 사람들과의 만남 등이 다채롭게 펼쳐져 있다.

문명과 환경오염에 대한 비판도 깃들어 있다.

그는 글 중간중간에 강운구 김중만 구본창 최민식 등 한국 사진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인용했다.

스탄 형제의 "마더 테레사의 눈물"등 외국 작가들 작품도 보여준다.

이가운데 표지 사진으로 뽑은 폴 드 노이어의 "자연을 다림질하는 사람"은
매우 인상적이다.

창밖으로 정제된 자연이 펼쳐져 있고 그 안에서 인간이 다림질로
들판을 다린다.

몽타주 기법에 상상력과 기지가 빛나는 사진이다.

인간이 원하는 조건으로 자연을 바꿔놓는 것을 풍자한 것이다.

시인은 이 작품에서 눈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는
인간의 어리석음과 뿌리 깊은 외양중시 풍조의 공허함을 읽는다.

그냥 내버려둘수록, 욕심을 버릴수록, 있는 것 아껴 쓸수록 사람의 정열도
풍요로워진다는 이치를 일깨운다.

그가 국내에 처음 소개하는 미국 시인 아드리안 리치와 유고 출신 찰스
시믹의 시 2편도 오래 음미할 만하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