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산업이 자유방임인 상태에 놓이면 수많은 방송국이 비슷한 주파수를
사용해 서로를 방해할 수 있다.

이런 사태가 일으킬 혼란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통신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방송산업과 통신산업을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다.

적어도 코스의 1959년 논문 "연방통신위원회"가 발표되기 전에는 그랬다.

코스는 방송산업에서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의 규제보다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즉 전파에 대한 소유권을 명백히 규정하고 그 소유권의 자유로운 매매를
보장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해결책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코스의 1960년 논문 "사회적 비용의 문제"는 방송산업에 관한 그의 주장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일반화시켰다.

가축이 방목지를 벗어나 이웃의 작물을 훼손하도록 놔둔다면 경작자가
손해를 입는다.

그렇다고 목축업자에게 그 손해를 보상하거나 방지하도록 강제한다면
목축업자가 손해를 본다.

그러나 어느 경우건 울타리는 세워질 것이고 가축과 작물은 동일하게
생산될 것이다.

단지 전자의 경우에는 경작자가 울타리 세우는 비용을 대고 후자의 경우에는
목축업자가 그 비용을 댄다.

이것을 일반화하면 코스의 정리가 된다.

즉 재산권이 어떻게 규정되더라도 궁극적 결과는 같다는 것이다.

이같은 코스의 정리에는 한가지 조건이 숨겨져 있다.

코스 자신이 강조하듯 거래비용이 없는 세상에만 코스의 정리가 적용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목축의 예를 다시 보자.

목초지 주변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경작지 주인들이 돈을 모아 울타리를
세우는 일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어쩌면 울타리가 세워지지 않을 수도 있다.

이에 반해 목축업자가 자기 돈으로 목초지 주위에 울타리를 세우는 일은
간단하다.

즉 재산권의 내용에 따라서 거래비용이 달라질 수 있으며 궁극적 결과도
달라질 수 있다.

이 점이 코스의 1960년 논문 "사회적 비용의 문제"의 핵심적 결론이다.

코스는 1937년 논문 "기업의 본질"에서 거래비용을 기업의 존재 이유로
지목했었는데 1960년 논문에서는 거래비용을 재산권과 연결지었다.

이 논문은 이후 가장 많이 인용되는 논문 중의 하나가 됐고 법경제학이라는
분야를 개척한 논문으로 인정받았다.

또 경제사나 개발경제학에서 여러가지 경제제도의 합리성을 설명하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

한국에서도 경제제도에 대한 거래비용적 접근이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이 유행은 오용과 남용을 수반했다.

예를 들면 연결재무제표 작성의 의무화를 반대하면서 거래비용이론을
동원한다.

재벌은 자발적으로 연결재무제표를 도입하지 않은 것은 거래비용 때문이며
연결재무제표의 의무화는 거래비용을 증가시킬 뿐이라고 항변한다.

거래비용이론은 재벌의 효율성에 대한 주장에도 동원된다.

한국의 재벌은 재산권이 보장돼 있지 않는 상황에서 거래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조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주장이나 설명은 모두 코스의 이론을 오해한 결과이다.

어쩌면 의도적으로 왜곡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오용과 남용의 위험이 어떤 이론의 사용을 반대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코스의 두 논문으로부터 발전한 거래비용이론은 경제제도에 관한 이해를
증진시키고 개선책 모색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여러 부문에서 성과를 거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김진방 < 인하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 jkim@inha.ac.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