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신속하고 투명한 대우 해법 <서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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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주 < 서강대 교수 / 경제학 >
한국인은 재벌에 대해 두 가지 상반된 정서를 품는다.
한편으로는 재벌을 부익부 빈익빈의 상징적 조직으로 보는 평등주의적
정서가 있다.
이른바 기업일체성(CI) 운동에 따라 계열기업의 명칭을 획일화한 것이나,
동일한 형태와 색조로 지은 계열사옥 빌딩들이 숲을 이루며 도심일각을
잠식하는 것도 재벌 부정적 정서를 자극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가전제품이나 분양아파트에 이르기까지 대기업 제품을
선호하는 성향이 있다.
이것은 브랜드인지도, 품질신뢰, 하자보상의 상대적 용이성 등 때문이다.
여기에 대중매체의 기업홍보가 부풀림하고 세계 곳곳의 공항 수하물카트에
부착된 기업 로고도 국내 여행객의 소박한 마음을 재벌 우호적으로 바꾸는 데
기여한다.
국내시장의 빗장을 풀고 국제화시대에 홍수처럼 밀려오는 다국적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며 국내산업 및 고용기반을 지켜줄 믿음직한 수비대장으로
구실해주리라 기대하는 다분히 쇼비니스틱한 애국심도 재벌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그런데 근래에는 재벌기업이 믿지 못할 졸장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 같다.
지난 고도성장 과정의 정치 경제적 상황은 기업이 수익보다 규모확장을
노리기 적합한 풍토였다.
재벌기업이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측면도 있었지만 국민경제에 긍정적 기여도
매우 컸다.
섬유제품 가발 등 저가의 경공업제품을 내다 팔던 60년대에서 자동차 반도체
선박 등 중화학제품이 수출주력상품으로 대체된 80년대 후반 이후에 이르기
까지 대기업의 역할은 지대했다.
수많은 사람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막대한 조세를 납부했다.
정계 관계 학계 등에 각종 준조세 부담을 덤으로 기부했다.
그 과정에서 군소 주주의 이익을 망각하는 게 큰 흠이었다.
한국기업의 아킬레스건은 재무구조였다.
자기 돈 적게 들이고 빚 얻어 덩치 키우면, 큰 덩치 덕에 더 큰 빚을 얻어
쓸 수 있었다.
적어도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런 논리와 전략은 매우 보편적인 우리
기업의 성장 패턴이었다.
자연 눈에 보이는 기업의 구조물(공장 빌딩 등) 덩치만큼 눈에 안보이는
누적부채의 더미가 높고 클 수밖에 없었다.
67년 설립 이래 대우는 신화였다.
신화의 실체는 쓰러지지 않으려면 페달을 가속해야 하는 자전거였다.
정부가 경제 사회적 후유증이 두려워 쓰러지게 할 수 없을 규모로 몸집을
한껏 부풀렸다.
그러나 드디어 더이상 페달의 가속이 불가능한 순간이 오고야 말았다.
대우빌딩과 힐튼호텔 뒤에 남산이 솟아 있다.
최근 대우그룹의 국내외 빚이 남산이 그만큼 불거진 실체를 보였다.
그룹의 국내부채 합계가 49조원, 본사와 해외법인 등이 빌린 해외부채가
99억4천만달러(일부 중복계산 포함)라 한다.
과연 이것이 전부일까.
금융시장을 송두리째 날려버릴 핵폭발장치 시계바늘이 돌아가고 있는
느낌이다.
11일로 예정이던 대우그룹 기업구조개선 방안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
장고 끝에 악수가 나온다 했던가.
한가지 분명한 것은 대책이 신속하고 투명한 조치를 담아야 한다는 점이다.
누가 뭐래도 김우중 회장은 한국이 낳은 세계일류의 세일즈맨이다.
무릇 세일즈맨이란 늘 낙관적이고 너무 자신감을 앞세우는 경향이 있다.
특히 김 회장의 경우도 그런 경향때문에 때로는 신뢰성면에서 손해를 보기도
했다.
97년 폴란드 바르샤바 근교의 FSO 공장과 루마니아 크라이오바 공장 등
대우 해외기지를 방문한 필자는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는 김 회장
어록에 경의를 표하면서도 자금조달이 궁금했다.
현지 직원은 현물출자, 그곳 정부보증 등을 언급하며 달러 빚은 걱정말라고
했다.
대우는 나라의 정치 경제적 위기가 사세 확장의 호기로 활용한 경우가
많았다.
위기 초에는 늘 기우뚱하다가도 끝나면 항상 몸집이 불어나 있었다.
금번 경제위기에도 김 회장의 상황판단은 그러했을 수 있다.
이제 6개월쯤 시간을 벌었으니까 좀더 시간을 끌면 우호세력이 작용할
여지가 커지고, 총선이 임박할수록 정부의 재벌조임이 이완될 것이며,
강성노조와 지역민 등의 움직임도 기존체제 유지에 유리하게 전개될 것으로
기대하면서 결국 과거처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보았을 수도 있다.
한때 젊은이의 우상이던 김 회장과 정부가 이제 보다 거국적 차원에서
현명한 방안을 찾아주기를 바란다.
쉬쉬해온 지난 1년 사이에만 대우 빚이 약 17조원이나 불어났다.
대수술을 늦출수록 병은 깊어간다.
대우문제를 선명하고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이 정경유착의 고리를 단절하고
나라 경제를 반석에 올리는 바른 길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2일자 ).
한국인은 재벌에 대해 두 가지 상반된 정서를 품는다.
한편으로는 재벌을 부익부 빈익빈의 상징적 조직으로 보는 평등주의적
정서가 있다.
이른바 기업일체성(CI) 운동에 따라 계열기업의 명칭을 획일화한 것이나,
동일한 형태와 색조로 지은 계열사옥 빌딩들이 숲을 이루며 도심일각을
잠식하는 것도 재벌 부정적 정서를 자극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가전제품이나 분양아파트에 이르기까지 대기업 제품을
선호하는 성향이 있다.
이것은 브랜드인지도, 품질신뢰, 하자보상의 상대적 용이성 등 때문이다.
여기에 대중매체의 기업홍보가 부풀림하고 세계 곳곳의 공항 수하물카트에
부착된 기업 로고도 국내 여행객의 소박한 마음을 재벌 우호적으로 바꾸는 데
기여한다.
국내시장의 빗장을 풀고 국제화시대에 홍수처럼 밀려오는 다국적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며 국내산업 및 고용기반을 지켜줄 믿음직한 수비대장으로
구실해주리라 기대하는 다분히 쇼비니스틱한 애국심도 재벌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그런데 근래에는 재벌기업이 믿지 못할 졸장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 같다.
지난 고도성장 과정의 정치 경제적 상황은 기업이 수익보다 규모확장을
노리기 적합한 풍토였다.
재벌기업이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측면도 있었지만 국민경제에 긍정적 기여도
매우 컸다.
섬유제품 가발 등 저가의 경공업제품을 내다 팔던 60년대에서 자동차 반도체
선박 등 중화학제품이 수출주력상품으로 대체된 80년대 후반 이후에 이르기
까지 대기업의 역할은 지대했다.
수많은 사람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막대한 조세를 납부했다.
정계 관계 학계 등에 각종 준조세 부담을 덤으로 기부했다.
그 과정에서 군소 주주의 이익을 망각하는 게 큰 흠이었다.
한국기업의 아킬레스건은 재무구조였다.
자기 돈 적게 들이고 빚 얻어 덩치 키우면, 큰 덩치 덕에 더 큰 빚을 얻어
쓸 수 있었다.
적어도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런 논리와 전략은 매우 보편적인 우리
기업의 성장 패턴이었다.
자연 눈에 보이는 기업의 구조물(공장 빌딩 등) 덩치만큼 눈에 안보이는
누적부채의 더미가 높고 클 수밖에 없었다.
67년 설립 이래 대우는 신화였다.
신화의 실체는 쓰러지지 않으려면 페달을 가속해야 하는 자전거였다.
정부가 경제 사회적 후유증이 두려워 쓰러지게 할 수 없을 규모로 몸집을
한껏 부풀렸다.
그러나 드디어 더이상 페달의 가속이 불가능한 순간이 오고야 말았다.
대우빌딩과 힐튼호텔 뒤에 남산이 솟아 있다.
최근 대우그룹의 국내외 빚이 남산이 그만큼 불거진 실체를 보였다.
그룹의 국내부채 합계가 49조원, 본사와 해외법인 등이 빌린 해외부채가
99억4천만달러(일부 중복계산 포함)라 한다.
과연 이것이 전부일까.
금융시장을 송두리째 날려버릴 핵폭발장치 시계바늘이 돌아가고 있는
느낌이다.
11일로 예정이던 대우그룹 기업구조개선 방안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
장고 끝에 악수가 나온다 했던가.
한가지 분명한 것은 대책이 신속하고 투명한 조치를 담아야 한다는 점이다.
누가 뭐래도 김우중 회장은 한국이 낳은 세계일류의 세일즈맨이다.
무릇 세일즈맨이란 늘 낙관적이고 너무 자신감을 앞세우는 경향이 있다.
특히 김 회장의 경우도 그런 경향때문에 때로는 신뢰성면에서 손해를 보기도
했다.
97년 폴란드 바르샤바 근교의 FSO 공장과 루마니아 크라이오바 공장 등
대우 해외기지를 방문한 필자는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는 김 회장
어록에 경의를 표하면서도 자금조달이 궁금했다.
현지 직원은 현물출자, 그곳 정부보증 등을 언급하며 달러 빚은 걱정말라고
했다.
대우는 나라의 정치 경제적 위기가 사세 확장의 호기로 활용한 경우가
많았다.
위기 초에는 늘 기우뚱하다가도 끝나면 항상 몸집이 불어나 있었다.
금번 경제위기에도 김 회장의 상황판단은 그러했을 수 있다.
이제 6개월쯤 시간을 벌었으니까 좀더 시간을 끌면 우호세력이 작용할
여지가 커지고, 총선이 임박할수록 정부의 재벌조임이 이완될 것이며,
강성노조와 지역민 등의 움직임도 기존체제 유지에 유리하게 전개될 것으로
기대하면서 결국 과거처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보았을 수도 있다.
한때 젊은이의 우상이던 김 회장과 정부가 이제 보다 거국적 차원에서
현명한 방안을 찾아주기를 바란다.
쉬쉬해온 지난 1년 사이에만 대우 빚이 약 17조원이나 불어났다.
대수술을 늦출수록 병은 깊어간다.
대우문제를 선명하고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이 정경유착의 고리를 단절하고
나라 경제를 반석에 올리는 바른 길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