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저널] '역경매의 득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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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재무부가 국채를 사들일 예정이다.
경매를 통해 팔았던 정부채권을 경매를 통해 사들이겠다는 계획이다.
이른바 역경매(reverse auction)라는 표현이 등장한 것은 여기서 비롯됐다.
로렌스 서머스 미 재무장관은 그 세부적인 계획을 연말까지 마련하고
새해 1월에는 그 첫 역경매를 실시하겠다고 지난 주 발표했다.
재정흑자라는 행복한 고민이 낳은 정책적 산물이다.
미국으로서도 근 1백년만에 맛보는 즐거움이기도 하다.
특히 만성 재정적자 때문에 고민하는 유럽제국들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시장에는 일정량 (민간보유분=3조 6천억 달러)의 미국국채가 있어왔다.
그 양이 늘면 늘었지 줄어본 적이 없다.
그같은 추세는 시장의 당연한 현상처럼 받아들여져 왔고 또 금융시장과
금융인들은 오랫동안 이런 상황에 순치돼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경제의 장기호황은 상황을 180도 바꾸어 놓았다.
이제는 미국 국채가 아예 없어지거나 아니면 점점 줄어들어 그야말로
귀하신 몸이 될 지 모른다는 전혀 다른 분위기와 무대가 형성되고 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이미 2015년까지 미국정부의 빚을 말끔히 해소하겠다고
공언했다.
그의 임기가 내년으로 끝나는 상황이기 때문에 후임 대통령들이(16년이나
남았으므로) 결정할 일까지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최소한 방향은 그렇게
잡혀있다는 뜻이다.
무슨 상품이든 공급이 줄면 값이 올라간다.
채권값과 수익률은 역함수관계에 있기 때문에 국채 값이 올라간다는 얘기는
국채수익률(=국채금리)이 떨어진다는 얘기가 된다.
이는 정부의 이자지출이 줄어든다는 뜻이 되며 따라서 국민의 세금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니 납세자입장에선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발 더 나아가 국채금리가 떨어진다는 얘기는 일반소비자나 기업하는
사람들이 빌려쓰는 돈 값도 같이 떨어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국채금리가 다른 금리의 기초금리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만사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는 법.
이를 반가운 일로만 치부하고 앉아있을 수 없다는 데 시장과 시장사람들의
고민이 있다.
시장에서 장사를 하려면 사고 팔 수 있는 상품이 있어야 한다.
국채, 회사채, 주식, 옵션, 선물 등 시장사람들의 기호와 처지에 맞는
물건이 다양하게 널려 있어야 시장의 자원배분기능이 극대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의미에서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 금융시장의 기준금리(benchmark)
역할을 해 온 미국국채가 얼마나 중요한 상품인가는 더 설명이 필요없다.
이 세상 물건 중 가장 안전한 (risk free)" 상품으로 간주되어 온 미국국채
의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는 펀드매니저들의 투자 마인드에 일대혁신
을 강요하는 일이기도 하다.
특히 헤지(hedge)를 펀드관리의 주요 부분으로 간주하고 있는 사람들은
미국국채금리에 준하는 새로운 대체재(surrogate rate)를 찾아야 할 지
모른다는 강박관념에 싸여있다.
물론 창조적인 금융시장은 이미 대체재를 개발해 가지고 있다.
스와프(swap)시장에서 형성되는 스와프 금리가 그것이다.
그러나 시장의 크기와 깊이 그리고 넓이에 있어 양자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빚을 갚는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국채 역경매는 빚=부담 이라는 단순도식논리의 결과일 뿐 아니라
빚을 통해 창조된 국채시장이 창출해내는 부가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
결과라는 주장이 없지 않다.
따라서 국채의 수요공급곡선에 급격한 변화를 야기함으로써 예상치 못한
시장혼란과 기회비용증대를 야기하기보다는 재정흑자로 남아도는 돈을
원주인인 납세자들에게 돌려주는 것이 현명한 일이라는 게 공화당의
주장이다.
어찌됐건 개인 정부 기업 할 것 없이 빚 때문에 고민이 많은 우리로서는
부럽기 그지없는 일이다.
< 워싱턴 특파원 양봉진 http://bjGlobal.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2일자 ).
경매를 통해 팔았던 정부채권을 경매를 통해 사들이겠다는 계획이다.
이른바 역경매(reverse auction)라는 표현이 등장한 것은 여기서 비롯됐다.
로렌스 서머스 미 재무장관은 그 세부적인 계획을 연말까지 마련하고
새해 1월에는 그 첫 역경매를 실시하겠다고 지난 주 발표했다.
재정흑자라는 행복한 고민이 낳은 정책적 산물이다.
미국으로서도 근 1백년만에 맛보는 즐거움이기도 하다.
특히 만성 재정적자 때문에 고민하는 유럽제국들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시장에는 일정량 (민간보유분=3조 6천억 달러)의 미국국채가 있어왔다.
그 양이 늘면 늘었지 줄어본 적이 없다.
그같은 추세는 시장의 당연한 현상처럼 받아들여져 왔고 또 금융시장과
금융인들은 오랫동안 이런 상황에 순치돼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경제의 장기호황은 상황을 180도 바꾸어 놓았다.
이제는 미국 국채가 아예 없어지거나 아니면 점점 줄어들어 그야말로
귀하신 몸이 될 지 모른다는 전혀 다른 분위기와 무대가 형성되고 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이미 2015년까지 미국정부의 빚을 말끔히 해소하겠다고
공언했다.
그의 임기가 내년으로 끝나는 상황이기 때문에 후임 대통령들이(16년이나
남았으므로) 결정할 일까지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최소한 방향은 그렇게
잡혀있다는 뜻이다.
무슨 상품이든 공급이 줄면 값이 올라간다.
채권값과 수익률은 역함수관계에 있기 때문에 국채 값이 올라간다는 얘기는
국채수익률(=국채금리)이 떨어진다는 얘기가 된다.
이는 정부의 이자지출이 줄어든다는 뜻이 되며 따라서 국민의 세금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니 납세자입장에선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발 더 나아가 국채금리가 떨어진다는 얘기는 일반소비자나 기업하는
사람들이 빌려쓰는 돈 값도 같이 떨어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국채금리가 다른 금리의 기초금리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만사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는 법.
이를 반가운 일로만 치부하고 앉아있을 수 없다는 데 시장과 시장사람들의
고민이 있다.
시장에서 장사를 하려면 사고 팔 수 있는 상품이 있어야 한다.
국채, 회사채, 주식, 옵션, 선물 등 시장사람들의 기호와 처지에 맞는
물건이 다양하게 널려 있어야 시장의 자원배분기능이 극대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의미에서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 금융시장의 기준금리(benchmark)
역할을 해 온 미국국채가 얼마나 중요한 상품인가는 더 설명이 필요없다.
이 세상 물건 중 가장 안전한 (risk free)" 상품으로 간주되어 온 미국국채
의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는 펀드매니저들의 투자 마인드에 일대혁신
을 강요하는 일이기도 하다.
특히 헤지(hedge)를 펀드관리의 주요 부분으로 간주하고 있는 사람들은
미국국채금리에 준하는 새로운 대체재(surrogate rate)를 찾아야 할 지
모른다는 강박관념에 싸여있다.
물론 창조적인 금융시장은 이미 대체재를 개발해 가지고 있다.
스와프(swap)시장에서 형성되는 스와프 금리가 그것이다.
그러나 시장의 크기와 깊이 그리고 넓이에 있어 양자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빚을 갚는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국채 역경매는 빚=부담 이라는 단순도식논리의 결과일 뿐 아니라
빚을 통해 창조된 국채시장이 창출해내는 부가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
결과라는 주장이 없지 않다.
따라서 국채의 수요공급곡선에 급격한 변화를 야기함으로써 예상치 못한
시장혼란과 기회비용증대를 야기하기보다는 재정흑자로 남아도는 돈을
원주인인 납세자들에게 돌려주는 것이 현명한 일이라는 게 공화당의
주장이다.
어찌됐건 개인 정부 기업 할 것 없이 빚 때문에 고민이 많은 우리로서는
부럽기 그지없는 일이다.
< 워싱턴 특파원 양봉진 http://bjGlobal.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