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극복과 경기회복에 커다란 도움을 주었던 세가지 기본축이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국내금리는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연초 연7%대까지 떨어졌던 국내금리(3년만기 회사채 수익률)가 10%에
근접했고 우량기업을 제외한 회사채 금리는 이미 두자리대로 들어섰다.
10일 3년만기 회사채금리는 전날보다 0.18%포인트 오른 9.91%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15일 한자리수에 들어선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금리 급등으로 경기회복에 커다란 타격이 예상된다.
최근의 경기회복세가 저금리를 바탕으로 주가상승에 기인하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경기회복을 주도한 과거와 달리 자산소득 효과(wealth
effect)에 따라 민간소비가 주도하고 있다.
지난 2월초 한때 11달러선까지 떨어졌던 국제유가(WTI 기준)도 최근
들어서는 21달러대로 거의 갑절이나 올랐다.
지난 9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서부텍사스중질유(WTI)의 최근 월물
가격은 배럴당 21.27달러에 거래돼 전날보다 0.39달러 올랐다.
이는 지난 97년 10월이후 최고치다.
그동안 낮은 유가가 우리 경제의 내핍과 함께 외화위기 극복에 커다란 힘이
됐던 점을 감안할 때 남아 있는 외환위기 과제를 해결하는데 커다란 차질이
예상된다.
동시에 원화 가치마저 상승하고 있다.
3월초 이후 원화 가치는 4.0%나 올랐다.
특히 최근처럼 금리가 상승되면 그동안 퇴장(hoarding)된 달러화도 시장에
출회되어 원화 가치가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최근의 3고 조짐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내외 경기회복과 국제금리의 상승세, 산유국들의 공급조절 노력을 감안할
때 이같은 추세는 앞으로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국제유가는 과거와 달리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합의가 비교적 잘
지켜지고 있다.
원유수요도 세계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데다 오늘 9월부터는 북반구
지역에서는 본격적인 동절기 원유성수기에 접어든다.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금년 4.4분기에는
원유공급 부족분이 하루 3백24만 배럴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유가가 지금 수준보다 3~4달러 추가상승 요인이 있다는 의미다.
국내금리도 물론 정부의 의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이나 경기회복에 따른
자금수요 요인에다, 국제금리의 상승세, 인플레 및 대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예상되는 위험요인을 감안하면 지금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원화 가치도 기관별로 차이가 있으나 하반기에는 달러공급물량이 60~100억
달러 정도 남아돌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외환시장 여건상 달러공급분 10억 달러당 10원 정도의 절상효과를
감안하면 만약 정부의 노력이 없을 경우 연말에는 1,100~1,150원 내외선까지
원화 강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구조조정이 마무리되기도 전에 외환위기를 낳게 한 우리 경제의
고질적인 "고비용"구조가 되살아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우리 경제는 예상을 뛰어넘는 경기회복으로 마치 외환위기가 끝난
것처럼 흥청거리고 있다.
문제는 위기를 불러왔던 근본적인 요인들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동안
우리 경제에 보탬이 됐던 가격변수가 불리한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나 기업, 국민 모두에게 외환위기 초기 당시의 마음가짐을 요구하고
있는 것같다.
< 한상춘 전문위원 hsc@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