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는 세계무역을 규율하는 기구이다.
"규율"하지만 설립취지는 역설적이게도 "규율이 없는" 자유무역을 추구한다.
예외없는 규칙이 없듯 WTO 또한 무작정 자유무역만이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점에서 여러 측면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반덤핑관세 상계관세 세이프가드발동 등 긴급수입제한제도는 이와 같이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역시 일종의 보호무역 수단이므로 남용되지 않도록 여러
조건이 부과된다.
반덤핑관세(상계관세)는 덤핑마진(보조금)의 존재, 그리고 그로 인해
국내산업에 대해 상당한 피해가 존재해야 함을 요구한다.
또한 수입증가로 인해 국내산업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해야 세이프가드는
발동될 수 있다.
미국이나 유럽연합(EU)과 같은 주요 선진국들은 반덤핑관세와 같은 긴급
수입제한제도상의 조치들을 적극적으로 이용해오고 있다.
반면 한국은 이러한 조치들의 사용빈도가 낮은 편이다.
한국에서는 87~88년 기간중 반덤핑관세는 30여건의 판정이 있었으나 이는
같은 기간중 미국의 반덤핑 판정건수의 10분의1에도 미치지 못한다.
또한 같은 기간중 상대국의 보조금지급에 대해 부과하는 상계관세판정은
전무한 형편이다.
한국에서 세이프가드는 20여건에 대한 판정이 이루어져 비교적 많은
편이었다.
반덤핑은 80%이상,그리고 세이프가드는 약 90%의 산업피해긍정판정이
내려져, 일단 반덤핑이나 세이프가드 신청및 조사가 있게 될때 매우 높은
산업피해긍정판정이 내려져왔다.
수출국에서 덤핑에 의하건, 보조금지급에 의하건 간에 저가로 수출된
상품의 수입증가는 물론 소비자들의 소비생활을 더 윤택하게 해 주는 장점이
크다.
그러나 저가수입을 상쇄하면서 적절한 구조조정을 거치는 경우 회생할 수
있는 기업들로서는 긴급 수입제한제도를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 몹시 억울한
노릇일 수도 있다.
이를 잘 활용하는 경우 일시적 어려움에 처한 기업들의 구조조정에 필요한
기간을 벌 수 있다.
한국에서 긴급수입제한제도를 적법하고 적절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업계 및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업계는 여러 유형의 긴급수입제한제도를 활용하려는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통상규범에 대한 지식습득을 충분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94년까지의 가트(GATT)하에서 한국이 미국 등 선진국 못지않게
활용해 온 세이프가드 조치 같은 경우에는 과거 GATT시절과는 달리 발동요건
이 더 세밀하게 명시된 반면, 일단 발동되는 경우 수입국의 부담을 훨씬
줄여주는 측면도 있다.
따라서 수입급증으로 인해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산업(기업)들은 세이프가드
신청을 통해 회생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무역협회나 산업별 관련 협회들은 이러한 통상마인드를 개별 기업들이 더
잘 갖출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들을 자주 만들어 제공해 주어야 하고
문제가 발생한 개별기업들(특히 중소기업들)에 대한 기술적 지원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경우 산업피해조사를 관련 협정에서 세밀히 기술하고 있는 내용에
저촉되지 않도록 현행 협정 및 관련 분쟁사례에서의 해석에 따라 산업 피해
조사 및 판정을 정교하게 행해야 한다.
국내산업을 보호한다는데만 집착해 산업피해판정결과가 내려지는 경우에는
수출국의 제소에 의해 통상분쟁으로 넘어가게 되고, 이 경우 많은 시간과
돈의 낭비, 그리고 국가적 명예에 손상을 입게 될 수 있다.
정부는 또한 다자통상 무대를 한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WTO 및 앞으로 여러 건 체결되리라고 예상되는, 한국이 포함되는 지역경제
통합체에서의 긴급수입제한제도와 관련되는 협정의 내용에 보다 주의를
기울여야 된다는 이야기이다.
이들 내용이 한국에 더 유리해지는 방향으로 개정 및 제정될 수 있도록
기술적 사항들에 대한 장기적인 연구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통상관련 연구소 및 학계 관련학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 내야 한다.
다양한 유형의 긴급수입제한제도를 잘 이용하는 것은 피해를 입은 기업의
회생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이러한 조치들이 오용돼서는 안된다.
기존 WTO규범에 일치하게 긴급수입제한조치의 신청, 조사 및 집행, 즉각적
고지 등의 제반 절차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이를 신청하는 기업(산업)이나, 조사 판정하는 당국도 일정기간의
피해구제기간 중 구조조정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될 것인지를
잘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 mahsong@ mail.hitel.net >
-----------------------------------------------------------------------
<> 필자 약력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미국 브라운대 경제학박사
<>WTO 무역정책분석관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