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신지식인' 운동 유감 .. 정만호 <사회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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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나라에 설가라는 사람이 그림을 잘 그려 소문이 자자했다.
개를 매우 아끼는 한 부자가 그에게 자신의 개를 그려달라고 했다.
아주 용맹스런 개 였다.
설가는 그 개의 용맹성을 최대한 살리기로 했다.
눈은 호랑이 처럼 번득이고 발톱은 표범보다 날카롭게 그렸다.
어깨는 흑곰처럼 떡 벌어지고 다리는 사자처럼 다부지게 만들었다.
그림을 다 그려서 개 주인에게 가져갔다.
그러나 그림을 부탁한 사람은 고함을 치고는 쫓아버렸다.
아무리 보아도 자기가 기르는 개 같지가 않아서였다.
요즘 각 부처가 "신지식인"을 찾느라고 혈안이다.
발상의 전환과 창의적 혁신을 통해 뛰어난 성과를 거둔 이들이다.
그 취지야 두말할 것도 없다.
누구나 자기분야에서 부가가치를 높이면 크게 성공할 수 있다는 사례를
널리 알려 국난극복의 모델로 삼자는 의도다.
지식과 정보가 주도하는 새로운 밀레니엄을 주도할 수 있는 표상이기도
하다.
실제로 새로운 인간상으로 부각시키기에 모자람이 없는 많은 인물들이
찾아졌다.
온갖 고초를 딛고 블록버스터를 만들어낸 영화감독, 정통농업을 첨단산업
으로 격상시킨 농민, 선진기법을 도입한 금융회사 직원, 하잘 것 없는 정보를
모아 회사를 차린 주부, 성차별을 견뎌내고 우뚝 선 여성기업인 등 각 분야의
참신한 인물들이 소개됐다.
우편집배원과 중국음식점 배달원, 구두수선공, 현장기능공 등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한 서민들도 많이 들어있다.
하나같이 명문대학을 나오거나 해외유학을 다녀오지 않았다.
고시를 통과한 에리트출신도 없다.
그저 자기가 맡은 분야에서 무언가 바꾸어 보려고 노력해 일가를 이룬
사람들이다.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고 개선점을 찾아내 능력을 인정받은 사례다.
존경스럽기 그지 없다.
다만 하필이면 이맘 때 그들에게 "신지식인"이라는 엉뚱한 칭호가
붙어졌느냐는 대목은 곰곰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
그들의 공적과 노력을 깎아내리자는 게 아니다.
공연한 과장으로 오히려 실체가 손상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또 지식의 상업화와 성공한 사람의 정치상품화에 대한 걱정도 내버려두기
어려운 지경이다.
과거에도 국산영화로 대흥행을 기록한 영화감독은 여럿이 있다.
농작물의 모양과 성분을 개량해 부농이된 촌부 또한 한둘이 아니다.
아이디어 상품으로 큰 돈을 번 사람은 부지기수다.
억척스럽게 일해 대기업을 이룬 여성기업인도 적지않다.
정확하게 정리하면 이들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상업적으로 성공한 이들이다.
돈을 번 과정이 고생스럽고 노력이 남달랐지만 적어도 새롭지는 않다.
굳이 "신"자를 붙이지 않아도 그들의 업적은 전혀 훼손되지 않는다.
춤 잘추는 고등학생이나 음식점을 내 성공한 탤런트, 친절한 서비스로
손님을 많이 끈 은행직원 역시 "신"자는 어울리지 않는다.
"첨단"도 아니다.
댄스로 끝장을 보고야 말겠다며 짐을 싸들고 나가는 10대는 이미 주변에서
드물지 않게 보는 풍경이다.
탤런트 들은 돈을 벌면 흔히들 음식점을 낸다.
은행에선 요즘 불친절한 직원을 골라내는 게 오히려 더 어렵다.
다만 그들은 자기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각오로 일해 정상의 자리에
올랐을 뿐이다.
남들이 쉬는 시간에도 게을리하지 않았고 힘들어도 몸을 아끼지 않고 봉사한
결과다.
그러니 이들에게 "지식인"이라는 엉뚱한 명찰을 달아줄 이유가 없다.
음식점 주인과 배달원, 구두수선공, 춤꾼, 우편집배원, 은행원, 요리사,
기능공은 해당분야의 전문가다.
그냥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들의 노력을 좀더 멋들어지게 칭송하려는 노력은 좋다.
하지만 "신"자를 붙여 지식인이라고 하는 것은 오리혀 "그들이 지식이
없으면서도 성공했지만 요즘말로는 "지식인""이라고 하는 것과 다르지 않게
들린다.
이 과정에서 전통적인 개념의 지식인은 "구지식인"으로 밀려났다.
"기능적 지식의 우월성을 강조해 비판적 지식인을 말살하려는 음모"라며
아우성을 치고 있지만 말많은 학자들은 쓸모없는 "수다쟁이"로 전락하고
말았다.
결국 "지식사회" "정보화사회"라는 불분명한 변화의 격랑속에서 성공한
사람 모두가 자신의 정체성을 잃은 꼴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이같은 정체성의 상실은 또다른 정치적 목적에 동원되고 있다.
그들중 일부는 "젊은 피"라는 또하나의 훈장을 달며 정당인으로 편입되고
있다.
일부는 본연의 일을 던져버리고 대중 스타로 변질되고 있다.
기술과 서비스, 성실, 번득이는 아이디어, 건강한 신체는 그것으로 가치를
지닌다.
굳이 "지식"이어야할 이유가 없다.
크고 맛있는 호박은 그대로 "굉장한 호박"일 뿐이다.
억지로 줄을 그어 수박을 만들 까닭이 없다.
어울리지도 않는 "신지식인"이라는 수식어는 언어유희에 다름 아니다.
있는 그대로 "우리시대의 최고"라든가 "명장"이나 "거장"이라고 하면
족하고 남는다.
< manh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9일자 ).
개를 매우 아끼는 한 부자가 그에게 자신의 개를 그려달라고 했다.
아주 용맹스런 개 였다.
설가는 그 개의 용맹성을 최대한 살리기로 했다.
눈은 호랑이 처럼 번득이고 발톱은 표범보다 날카롭게 그렸다.
어깨는 흑곰처럼 떡 벌어지고 다리는 사자처럼 다부지게 만들었다.
그림을 다 그려서 개 주인에게 가져갔다.
그러나 그림을 부탁한 사람은 고함을 치고는 쫓아버렸다.
아무리 보아도 자기가 기르는 개 같지가 않아서였다.
요즘 각 부처가 "신지식인"을 찾느라고 혈안이다.
발상의 전환과 창의적 혁신을 통해 뛰어난 성과를 거둔 이들이다.
그 취지야 두말할 것도 없다.
누구나 자기분야에서 부가가치를 높이면 크게 성공할 수 있다는 사례를
널리 알려 국난극복의 모델로 삼자는 의도다.
지식과 정보가 주도하는 새로운 밀레니엄을 주도할 수 있는 표상이기도
하다.
실제로 새로운 인간상으로 부각시키기에 모자람이 없는 많은 인물들이
찾아졌다.
온갖 고초를 딛고 블록버스터를 만들어낸 영화감독, 정통농업을 첨단산업
으로 격상시킨 농민, 선진기법을 도입한 금융회사 직원, 하잘 것 없는 정보를
모아 회사를 차린 주부, 성차별을 견뎌내고 우뚝 선 여성기업인 등 각 분야의
참신한 인물들이 소개됐다.
우편집배원과 중국음식점 배달원, 구두수선공, 현장기능공 등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한 서민들도 많이 들어있다.
하나같이 명문대학을 나오거나 해외유학을 다녀오지 않았다.
고시를 통과한 에리트출신도 없다.
그저 자기가 맡은 분야에서 무언가 바꾸어 보려고 노력해 일가를 이룬
사람들이다.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고 개선점을 찾아내 능력을 인정받은 사례다.
존경스럽기 그지 없다.
다만 하필이면 이맘 때 그들에게 "신지식인"이라는 엉뚱한 칭호가
붙어졌느냐는 대목은 곰곰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
그들의 공적과 노력을 깎아내리자는 게 아니다.
공연한 과장으로 오히려 실체가 손상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또 지식의 상업화와 성공한 사람의 정치상품화에 대한 걱정도 내버려두기
어려운 지경이다.
과거에도 국산영화로 대흥행을 기록한 영화감독은 여럿이 있다.
농작물의 모양과 성분을 개량해 부농이된 촌부 또한 한둘이 아니다.
아이디어 상품으로 큰 돈을 번 사람은 부지기수다.
억척스럽게 일해 대기업을 이룬 여성기업인도 적지않다.
정확하게 정리하면 이들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상업적으로 성공한 이들이다.
돈을 번 과정이 고생스럽고 노력이 남달랐지만 적어도 새롭지는 않다.
굳이 "신"자를 붙이지 않아도 그들의 업적은 전혀 훼손되지 않는다.
춤 잘추는 고등학생이나 음식점을 내 성공한 탤런트, 친절한 서비스로
손님을 많이 끈 은행직원 역시 "신"자는 어울리지 않는다.
"첨단"도 아니다.
댄스로 끝장을 보고야 말겠다며 짐을 싸들고 나가는 10대는 이미 주변에서
드물지 않게 보는 풍경이다.
탤런트 들은 돈을 벌면 흔히들 음식점을 낸다.
은행에선 요즘 불친절한 직원을 골라내는 게 오히려 더 어렵다.
다만 그들은 자기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각오로 일해 정상의 자리에
올랐을 뿐이다.
남들이 쉬는 시간에도 게을리하지 않았고 힘들어도 몸을 아끼지 않고 봉사한
결과다.
그러니 이들에게 "지식인"이라는 엉뚱한 명찰을 달아줄 이유가 없다.
음식점 주인과 배달원, 구두수선공, 춤꾼, 우편집배원, 은행원, 요리사,
기능공은 해당분야의 전문가다.
그냥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들의 노력을 좀더 멋들어지게 칭송하려는 노력은 좋다.
하지만 "신"자를 붙여 지식인이라고 하는 것은 오리혀 "그들이 지식이
없으면서도 성공했지만 요즘말로는 "지식인""이라고 하는 것과 다르지 않게
들린다.
이 과정에서 전통적인 개념의 지식인은 "구지식인"으로 밀려났다.
"기능적 지식의 우월성을 강조해 비판적 지식인을 말살하려는 음모"라며
아우성을 치고 있지만 말많은 학자들은 쓸모없는 "수다쟁이"로 전락하고
말았다.
결국 "지식사회" "정보화사회"라는 불분명한 변화의 격랑속에서 성공한
사람 모두가 자신의 정체성을 잃은 꼴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이같은 정체성의 상실은 또다른 정치적 목적에 동원되고 있다.
그들중 일부는 "젊은 피"라는 또하나의 훈장을 달며 정당인으로 편입되고
있다.
일부는 본연의 일을 던져버리고 대중 스타로 변질되고 있다.
기술과 서비스, 성실, 번득이는 아이디어, 건강한 신체는 그것으로 가치를
지닌다.
굳이 "지식"이어야할 이유가 없다.
크고 맛있는 호박은 그대로 "굉장한 호박"일 뿐이다.
억지로 줄을 그어 수박을 만들 까닭이 없다.
어울리지도 않는 "신지식인"이라는 수식어는 언어유희에 다름 아니다.
있는 그대로 "우리시대의 최고"라든가 "명장"이나 "거장"이라고 하면
족하고 남는다.
< manh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9일자 ).